제18대 대통령선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박근혜 대(對) 안철수'의 양자 대결구도가 선명해지며 대권경쟁에 불이 붙었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도화선이 됐다는 데 이론이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각종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던 독주 구도는 9월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과 함께 정치권에 등장하며 깨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안풍(安風)'으로 위기에 빠진 정당정치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10ㆍ26 재보선의 지원에 뛰어들어, 현 정부 출범 후 고수해온 정치적 칩거를 끝내고 정치의 전면으로 복귀했다.
이런 가운데 안 원장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은 서울과 수도권 20∼40대, 진보와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빨아들이며 혜성처럼 정치권의 스타로 등장했다.
서울시장 보선에는 출마하지 않았으나, 자신이 지원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당선시킴으로써 내년 양대 선거에서 제3지대 정치세력화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여권에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내년초 저서 4권의 출간준비를 하는 등 정책비전 구상에 몰두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택시 운전자격증 등을 활용해 서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가며 서민행보에 주력했다.
야권의 경우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야권통합을 주도해 성공시키는 결실을 맺었고, 정동영 전 최고위원은 `담대한 진보’ 노선으로 진보진영의 대표주자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더불어 정치세력 간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했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은 지난 16일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열어 합당을 공식 결의하고 민주통합당(약칭 민주당)으로 새출발했다.
민주통합당의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내달 15일 실시한다. 전대에는 한명숙 전 총리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문성근 시민통합당 공동대표, 김부겸 의원, 이인영 전 최고위원 등 9명이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참여하는 통합진보정당이 `통합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했다.
양당 구조로 재편된 야권은 쇄신과 주도권 경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여야 1대1 대결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예상되는 양당간 통합 및 후보단일화 과정의 협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권은 이에 비해 '가지치기'가 이뤄지는 기류다. 여기에는 `박세일 신당’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고위직에 있던 인사들이 주축이 돼 별도 신당을 만든 뒤 박세일 신당과 결합하고 여기에는 박 전 대표와 대권을 놓고 경쟁하는 잠룡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들 새로운 보수세력보다는 자유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 등 기존 보수 정당과 연대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여권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축과 비박(非朴ㆍ비박근혜) 세력으로 나뉘어 '분열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