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현재 백일해 감염자는 총 84명으로 지난 10년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01년 9건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11월에는 20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백일동안 지속되는 기침’이라는 의미를 가진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질환으로,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 분비물로 전염된다.
이 질환은 법정 2군 전염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지만, 백일해 감염 진단방법이 표준화되지 않아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한 지역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백일해가 급증해 2010년 한 해 동안 9146건이 보고됐으며, 이 중 10명이 숨지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백일해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그동안 국내 백일해 발생연령은 1세 미만의 영아 환자가 80~100%를 차지했지만, 10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백일해 발생환자가 2009년 6명, 2010년 3명, 2011년 31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성인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청소년과 성인 연령대의 백일해 면역력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성인의 면역력이 저하된 것은 자연감염의 기회가 적어 추가 면역획득이 줄어든 데다 소아기 기초 접종 이후 추가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백일해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그나마 올해 6월부터 질병관리본부에서 ‘성인 백일해 감시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백일해 환자들이 확인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주 이상 계속되는 기침과 함께 발작적 기침, 숨을 들이마실 때의 ‘흡’ 소리, 기침 후 구토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을 때를 백일해에 감염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에서 발생하는 백일해는 만성기침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감염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백일해는 가족간 2차 감염에 의한 발병률이 75~85%에 달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영·유아의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폐렴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질환은 ‘Tdap(티댑)’ 백신 접종을 통해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하다. 성인용 Tdap 백신은 소아용 DTaP 백신과 마찬가지로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데, 기존에 7세 이상 연령에서 사용되는 Td 백신에 백일해 성분을 추가해 11~64세 연령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