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사진계 거장 고 김영수 작가. |
금번 전시에 발표하는 사진 속 정물들은 스승님께서 손수 만드신 것으로, 우리의 사진작업실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세월을 함께 지내온 것들입니다. 이들은 부주의 하지 않는 한 영원히 세상에 남아있을 골동의 사물에 식물이나 꽃 같은 시한적인 생명을 갖는 또 다른 성질을 말려 붙이거나 조합하고 합쳐서 새로운 존재가치로 만든 후 세월의 시간을 거치게 그냥 놔둠으로써 자연스럽게 완성된 것들입니다.
기억에 남아있는, 만들어진 정물의 처음 모습은 각기 차이 나는 자신의 성질을 과시하며 서로의 존재를 어색해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몸이 붙은 채 같은 자리에 놓여 햇빛과 바람을 맞는 세월을 함께 보내면서 점차 똑같이 색이 바래고 먼지를 쌓으며 하나의 개체로 변해갔습니다. 저는 하나가 되어버린 정물의 한편을 ‘그리움’으로 또 한편은 ‘추억’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이제 이들은 어느 한 쪽을 떼어내 버리면 그 존속의 의미를 상실하고 지낸 시간의 기억도 허망이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너무 오래돼 손대면 금방 무너지거나 바스러져 버릴 것 같은 이 정물이 언제 망가지거나 없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모습은 그동안 함께 살았던 세월의 증거이며 한편으로는 인생의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남깁니다.
금번 전시에 내보이는 정물 외에도 작업실에 너무 많이 남아있는 오래된 물건들을 가지고 제가 얼마나 완성도 높은 사진들을 만들 수 있을지 미리부터 예측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스승님께 배운 것을 토대로 최선을 다해 작업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진이 스승님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고 충실한 인생의 삶과 세월의 의미에 대하여 사색하고 대화하는 계기와 시간을 갖게 하길 바람 합니다.
저는 정물을 보면서 생명의 영원함에 대하여도 탐구합니다. 자연의 순리를 가르쳐 주시던 스승님이 그립습니다. 멍한 시간에서 벗어나 다시 카메라를 잡을 수 있게 해주신 스승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스승님 마음에 흡족한 사진들로 평가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돌아가셨지만 스승님의 65세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평안한 사후 생활을 기원 드립니다. <사진작가 정인숙>
'풍경' '분단'등을 주제로 그동안 흑백 필름 작업을 선보여온 정인숙 작가는 이번 전시에 이례적으로 칼라작품을 선보인다. |
◆사진작가 정인숙의 특별한 정물 사진전 '세월(HISTORIA: Still Life Photograhy)'
△장소:서울 청담동 갤러리 두(Gallery Doo)
△기간:2012년 1월 10일까지
△사진작가 정인숙= 사진가 故 김영수 선생과 24년 이상을 사제관계로 또 사진동지로 함께 일해 왔다. 현재 사단법인 민족사진가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사진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