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픔까지도 함께하는 부부

2011-12-27 13:35
  • 글자크기 설정
장미화 소방교
안산소방서 월피119안전센터 소방교 장미화

아침 교대점검을 하려던 중 뻐꾸기가 울었다.

부곡동 ○○○-○번지 201호 백혈병 환자… 방송이 나오자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신고자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남편으로 아내 병원치료를 위해 구급차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오늘은 일산에 있는 국립암센터에 진료예약을 해놓으셨다고 한다. 환자는 며칠 전보다 몸이 많이 쇠약해져 있어 장거리를 가기에는 무리인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집안 사정을 대충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이송하기로 했다.

환자가 쓰고 있던 이불과 베개를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와 주 들것을 푹신푹신하게 만들었다.

상태가 눈에 보이게 나빠져 있어 장거리 이송으로 말미암은 환자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환자를 차에 옮기고 구급차는 일산으로 향했다.

환자는 열이 높고 맥박이 빨랐다. 가는 내내 환자는 끙끙 앓으며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녀는 “다 왔어?” “병원까지 얼마나 남았어?” “아파 죽겠어”란 얘길 남편을 향해 연신 내뱉었다.

‘이제 50대 초반인데…. 오죽이나 아프면 저럴까….’

그녀는 몸 방향을 바꿔달라 머리 부분을 올려달라 내려달라며 힘들게 남편에게 얘길 하고 있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애처로운 듯 바라보며 싫은 내색 없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아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걱정 마 내가 옆에 있잖아. 당신이 아프면 나도 아파’라고 말하는 듯했다.

남편의 바람이 전해진 걸까? 아내는 이내 평온해진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남편은 아내 손을 놓지 않았다.

50분이 걸려 암센터에 도착했다. 의료진에게 환자를 인계하고 나왔다. 남편은 출입문 밖까지 나와 배웅을 했다.

“고맙습니다. 만날 이렇게 폐만 끼쳐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미안한 표정이 역력하였다.

“아닙니다. 치료 잘 받으시고 하루속히 완쾌되시길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인사하며 미소를 보냈고 남편 또한 환한 미소를 보낸 후 응급실로 들어갔다.

돌아서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지며 찡 해졌다.

최근 매스컴에선 부부들의 어두운 면이 종종 방영된다.
또한 구급출동에서 만난 대부분이 매 맞는 아내, 술에 의지하는 남편, 그로인해 상처받는 아이들이었다.

이들 부부도 처음엔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살자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이런 현실에서 이 부부의 모습은 내게 새로운 부부상으로 비춰졌고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픔까지도 함께하고 싶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