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에너지’와 ‘건강’= 이날 발표된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은 △태양전지 △자동차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다섯가지다. 크게 보면 앞의 세가지는 ‘에너지’, 뒤의 두가지는 ‘건강’으로 요약된다.
이 회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다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다들 머뭇거릴 때 과감히 투자해 기회를 선점하자”며 신사업 추진 이유를 밝혔다.
회사는 이들 사업에 오는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같은 기간 매출 50조원을 달성한다는 게 그룹 측 목표였다.
삼성이 정한 신사업은 10년 뒤 유망한 사업일 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배터리, LED는 대표적 친환경 사업이다. 이는 각국 정부의 녹색산업 투자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은 건강 분야다. 역시 국내의 인구 고령화 속도를 보면 이 부문은 필수불가결하게 발전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5대 신수종 사업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라기보다 삼성이 진행 중이거나 진출을 검토하며 거론했던 사업이었다. 다른 기업들도 이미 상당 부분 성과를 이뤘고, 삼성은 후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직접 나선 이후 빠른 속도로 계획을 구체화해 가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1년 반의 모색, 그리고 ‘구조조정’= 가장 먼저 구체화한 곳은 LED.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병행하던 LED 사업을 통합 운영키 위해 2009년 4월 1일 삼성LED를 양 계열사가 공동 설립했다. 삼성LED는 3년여 만인 26일 결국 삼성전자에 다시 합병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변하기보다는 일종의 변화와 모색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에 앞선 2008년 7월엔 자동차용 2차 전지 사업을 위해 삼성SDI가 세계 최대 부품사인 독일 보쉬와 출자 에스비리모티브(SB리모티브)를 만들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울산에 3만4000㎡ 규모의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올 초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 오는 2015년까지 연 생산규모를 18만대 분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크라이슬러 리튬이온이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 데 이어 독일 BMW, 인도 마힌드라와 연이어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20년까지 총 5조4000억원을 투입, 10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태양전지산업 전체를 주도하는 건 삼성SDI다. 올 7월 삼성전자에서 태양전지 사업을 완전히 넘겨받은 이 회사는 오는 2015년까지 태양전지에 2조원을 투자, 전체 생산규모를 현 150MW에서 2020년 3GW로 20배 확대키로 했다.
폴리실리콘(삼성정밀화학), 잉곳.웨이퍼(삼성코닝정밀소재), 태양전지.모듈(삼성SDI), 태양광 발전소 시공(삼성에버랜드), 태양광 발전소 운영(삼성물산) 등 태양광 사업을 위한 그룹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올들어 바이오 제약 부문도 속도가 나고 있다. 그룹은 올 2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CMO) 진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삼성전자·에버랜드·삼성물산 3개 계열사가 함께 퀸타일즈와의 합작사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 5월부터 인천 송도에 생산 플랜트를 짓기 시작했다.
그룹은 이어 내년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기업 바이오젠 아이덱과 신규 합작법인을 설립, 류마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과 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개발에 착수키로 했다.
의료기기도 기틀을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 전담 팀 HME는 지난해 4월 엑스레이 장비 제조사 ㈜레이 인수에 이어 올 2월 초음파진단기 제조사 메디슨까지 연이어 인수했다. 2020년까지 누적투자 1조2000억원,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 10월에는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에 내정했다.
윤순봉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삼성전략기획실 홍보팀장 등을 거쳐 삼성석유화학 대표를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이번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 역시 삼성이 추진해온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의 큰 틀을 변화시킬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