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기 디자인사무소는 야나기가 이날 폐렴으로 도쿄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26일 밝혔다.
야나기는 1957년 세계적인 디자인 미술전인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에서 ‘나비의자’로 입상하면서 국제 무대에 두각을 드러냈다.
일본 신사(神社)의 정문을 닮은 곡선미 있는 ‘나비 의자’는 후에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영구 소장품이 됐을 정도다.
디자인이 코끼리의 두툼한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코끼리 의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팔걸이와 등받이가 없는 플라스틱 의자도 야나기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찻주전자, 도자기 컵에서 거품기까지 보잘것없어 보이는 주방용품도 그의 손을 거치면 일본 고유의 직선과 곡선의 미를 살린 작품으로 변신해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야나기는 일본 동경예술대에서 수학하면서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을 접했고 그 뒤 산업디자이너의 길을 향해 삶의 방향타를 꺽었다.
젊은 일본 디자이너들에게 세계 진출의 길을 닦아준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오토바이, 장난감뿐 아니라 교각과 올림픽 성화 등 기념비적인 작품들도 디자인했다.
일본 전통 예술에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그는 일본에서 민예운동을 일으킨 사상가인 아버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가 세운 도쿄 민예관의 관장을 지냈다.
부인 후미코와의 사이에 4명의 자녀를 둔 야나기의 장례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참석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