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올해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연초 구제역이 전국으로 퍼져 행정력이 분산됐고, 감사원장에 지명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낙마하면서 국정운영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아덴만 작전’ 성공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구제역 사태는 생각보다 오래 갔고 동남권 신공항 및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까지 불거져 국정 운영에 혼란이 가중됐다.
이 대통령은 특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긴급진화에 나섰지만 영남 민심은 급격히 등을 돌렸다. 이때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영남권 친박(친박근혜) 진영이 신공항 백지화를 비판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문제는 홍준표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신공항 재추친’론이 힘을 받으면서 이 대통령에게는 직격탄으로 날아들었다.
4·27 재보선 참패라는 대형 악재는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 결정적 타격을 안겼다.
이를 계기로 여권 내부에서도 이른바 ‘친이계(친이명박계)’의 퇴조 현상이 본격화됐고, 한나라당 소장파와 수도권 의원들은 당청 관계의 재정립과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도전했다. 그 결과 ‘황우여-이주영’ 원내대표단이 출범하는 등 친이는 완벽하게 여당내 비주류로 전락했다.
이 대통령은 5·6 개각을 통해 ‘실무형 친정 체제’를 구축하면서 정국수습에 나섰지만 곧이어 타진 저축은행 비리 사태로 청와대는 대 혼돈에 빠졌다.
대선 캠프 출신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시작으로 김해수 전 비서관, 김두우 전 수석 등이 잇따라 소환되면서 “레임덕은 없다”는 이 대통령의 천명에 흠집이 갔다.
무상급식 논란 과정에 치러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에 참패하면서 이 대통령의 입지는 급속도로 축소됐다. 선거기간 내곡동 사저 신축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어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보좌관 금품 수수 혐의로 곤경에 처하면서 불출마 선언을 한데다, 사촌 처남인 김재홍 세방학원 이사와 측근인 박영준 전 국무차장 등이 잇따라 비리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여기에 디도스 사태와 관련, 수사과정에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조현오 경찰청장이 두차례 통화한 사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외압 논란도 일고 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청와대 고위관계자)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체제가 출범하면서 이 대통령은 직·간접적으로 탈당 압박을 받고 있다. 여권에선 그간 반복되던 배신의 정치를 끝내겠다면서도 대통령이 내년 총·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이 대통령이 남은 1년의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탈당 후 거국내각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내년 4월 총선을 기점으로 더 이상 여권의 힘 만으론 국정운영이 안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이때 중립내각을 꾸리면서 야권의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