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저축은행에 대해 여신전문출장소 설치를 확대하고 할부금융업 겸영을 허용하는 등 지원책을 내밀었지만 업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8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한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상호저축은행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사전 신고만으로 여신전문출장소를 3개까지 설치할 있도록 하는 등 설치 요건을 완화했다.
이를 통해 저축은행들이 영업망을 확충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의존하지 않고도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금융위 측 설명이다.
서민들의 저축은행 이용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책 발표 후 여신전문출장소를 신설한 저축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기존에 여신전문출장소를 운영하고 있던 저축은행도 솔로몬·한성·부산HK·SC스탠다드저축은행 등 4곳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한 할부금융업 진출도 답보 상태다.
내년 할부금융업 겸영 계획을 밝힌 저축은행은 전무하다. 금융당국은 할부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저축은행 요건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10% 이상 △고정이하여신 비율 8% 이하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종합등급 2등급 이상 등이다.
9월 말 현재 요건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은 40곳 가량으로 집계됐지만 업계는 실질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아주캐피탈 등 기존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등도 할부금융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저축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금감원이 최근 일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재검사에 돌입해 해당 저축은행의 경우 여신전문출장소 설치와 할부금융업 진출 등의 업무에 힘을 쏟을 겨를이 없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까지 저축은행 4곳과 계열저축은행을 포함해 10여개 저축은행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퇴출 유예 조치를 받았지만 이후 자구노력 등이 부진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 인력 대부분이 금감원 검사에 동원돼 숨 돌릴 겨를도 없다”며 “여전히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익성 확보는 시급한 문제지만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그동안 규제만 줄기차게 하다가 업계가 고사 직전에 몰리자 면피용으로 '그림의 떡'을 던져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