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에 의해 사상 최초로 국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한 미국이 비슷한 재정적자를 이유로 또 한 차례 등급이 내려갈 처지를 맞았다.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부정적’으로 낮춘 피치는 향후 2년 내에 특별한 근본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통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등급 전망 이후 2년 내 실제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은 50%에 달한다. 같은 날 무디스는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전부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수 있다”고 시사해 파장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 미국의 신용전망 강등은 지난 주말 추수감사절 직전 의회내 슈퍼위원회에서 최소 1조2000억 달러의 재정 적자 감축안 합의가 실패했다는 소식에 따른 영향이 컸다.
피치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와 신용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 의회가 단기적 적자감축안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근본적인 개혁이 지연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며 신용전망 강등 배경을 밝혔다.
피치는 “이대로 가면 2020년 미 연방정부의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달할 전망”이라며 “아무리 세계 최강대국일지라도 그 정도의 부채 규모를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피치와 무디스로부터는 최고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여름 스탠더드앤푸어스(S&P)로부터는 한 단계 낮은 ‘AA+’를 받아 국내외적인 충격을 가져왔다.
스탠더드앤푸어스는 이번 미국의 슈퍼위원회의 합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신용 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유럽의 프랑스에 불똥이 떨어졌다. 스탠더드앤푸어스가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프랑스 일간 라 트리뷘이 28일 보도한 것.
이미 시장에서는 스탠더드앤푸어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조만간 부정적으로 내리고 다음달 신용등급을 실제 강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가 이처럼 된서리를 먼저 맞은 데에는 프랑스 은행들이 가진 이탈리아 은행 지분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프랑스의 크레디 아그리콜은 이탈리아의 인텐사 은행 지분 5%를 보유하고 있고, 현재 이탈리아 금리가 7%를 넘어서는 등 금융 위기가 확산되면 프랑스로 바로 전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 은행의 피그스(Piggs) 위험노출액은 지난 2분기 기준 4694억 유로에 달해 독일 3596억 유로, 영국 2438억 유로 보다 많다. 현재까지는 유럽에서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이 최고 국가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무디스는 이날“유럽에서 여러 국가가 동시에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처할 수 있고 결국 유로존이 붕괴할 수도 있다”며 내년 1분기 중 유럽국가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재조정할 예정이어서 신용등급 강등 파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워싱턴(미국)= 송지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