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외자금 조달 '적신호'… 내년이 고비

2011-11-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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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유럽발 금융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9월 이후 외화표시 채권 발행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겠지만 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외화자금 공급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 리먼사태 재발해도 3개월은 거뜬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이 외화 차입을 강력히 주문한 덕에 은행들이 위기에 대응할 정도의 자금은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의 위기가 다시 찾아와도 3개월 정도는 외화유동성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장담할 정도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지난해 말 99.3%에서 지난 9월 말 101.7%로 개선됐다.

외화유동성 비율은 외화자산을 외화부채로 나눈 지표다.

은행들도 당장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해외자금 차환율(만기도래 채권에 대한 상환 비율)이 100%를 웃돌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조달비용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아직 자금 조달이 안 된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 외화채권 추가 발행 사실상 중단

그러나 이는 지난 9월까지의 상황이다.

10월부터 유럽발 위기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조달여건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위기 속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던 독일까지 국채 발행에 실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가 보증하는 국채 발행까지 난항을 겪는 상황이 연출되자 금융회사들도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국내 은행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3회에 걸쳐 외화표시 채권 공모 발행을 실시해 26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차입했다.

그러나 9월 이후에는 채권 발행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사모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고 있지만 공모채권 발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럽 위기 심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각 국가와 금융회사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상승으로 발행금리도 높게 형성돼 있다”며 “공모채권 발행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럽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독일이 위험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금 차입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과 9월 각각 사무라이채권과 말레이시아 링깃화 채권을 발행했다.

하나은행도 8월과 9월 사무라이채권과 태국 바트화 채권을 발행하는 등 자금조달 창구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유럽자금 의존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말 전체 외화자금 중 32.4% 수준이던 유럽계 자금 비중은 11월 들어 3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은행권, “한은 외환보유고 개방해야”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개방해 업계의 조달비용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수장들은 잇따라 “외화조달 비용을 줄이고 대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한은의 외환보유고를 활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 센터장은 “은행이 원화로 자금을 조달하면 한은이 달러로 바꿔주는 통합스왑 라인을 개설하는 등 외환보유고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로 성사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보유고는 수익성을 기준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은행 측 논리는 불충분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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