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는 보복 조치로 아프간 주둔 나토군의 주요 보급로를 즉각 폐쇄하고 미국과 나토와의 동맹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일갈했다.
이에 미국은 파키스탄과의 파트너십은 중요하다며 파키스탄 달래고 나섰지만, 이미 양국 관계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일이 터져 갈등 해결은 요원할 전망이다.
파키스탄은 나토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아무런 이유없이 파키스탄군 초소 2곳을 공격해 잠자고 있던 병사 28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나토가 이끄는 국제안보지원군(ISAF) 대변인도 “아프간 군대와 함께 일하는 외국군 병사들이 국경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공중 지원을 요청했다”며 “지상군의 요청에 의한 공중지원이 사망자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아직 사건의 전말은 그러나지 않았지만 양측의 말을 종합해보면 나토군이 작전을 수행하다 파키스탄군을 탈레반 무장세력으로 오인해 공격했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9월에도 아프간 주둔 나토군 헬기가 국경 너머 파키스탄군 초소를 폭격해 병사 2명이 숨졌으며, 파키스탄은 당시에도 나토군 보급로를 폐쇄했다가 미국이 공식 사과하자 다시 개방한 바 있다.
파키스탄은 이번에는 특히 많은 희생자가 나온 만큼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이날 공격은 존 알렌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아슈파크 파르베즈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 참모 총장을 만나 상호 협력을 논의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충격이 컸다.
파키스탄 정부는 캐머런 문터 파키스탄 주재 미 대사를 소환해 나토의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강력하게 항의했다.
파키스탄 각료들과 군 수뇌부는 임시 회의를 열고 13만 명의 병력이 주둔한 아프간 나토군의 주요 보급로로 이용되는 국경을 봉쇄하는 한편 미국이 무인기 기지로 이용하던 자국의 샴시 공군기지에서 15일 내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외교, 정치, 군사, 정보 분야 등을 포함해 미국과 나토, ISAF와 함께 하는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 협정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존 알렌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공동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한 뒤 나토의 진상조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
파키스탄과 미국은 올해 1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파키스탄에서 현지인 2명을 살해하면서 외교적 갈등을 겪었고 5월에는 미 특수부대가 예고 없이 파키스탄에 은신해있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9월에는 미국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미 대사관 공격의 배후로 파키스탄 테러조직 하카니를 지목하고, 파키스탄 정보부가 하카니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해 양국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