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궈칭녠바오(中國靑年報)는 중국 정부부처의 연말 마구잡이식 예산 지출 사례를 전하며 해를 거듭할 수록 심각해지는 예산 낭비는 이미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각 정부 기관들은 1분기에는 예산 지출을 아끼다가 2, 3분기들어 지출 속도를 늘리고 4분기에는 남은 예산 소진에 '박차'를 가한다. 12월 한달 동안의 예산 지출액도 2007년의 1조2000억위안, 2008년의 1조5000억위안, 20009년의 2조위안까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소진해야 하는 예산 규모는 무려 3조5000억위안, 스위스의 2010년 국내총생산액(GDP)에 맞먹는 규모다.
예산 소진 '임무' 달성을 위해 1년이 채 안된 도로를 갈아엎고 새 길을 내는 것은 물론 한대 당 1만위안(한화 약 182만원)의 가격으로 컴퓨터를 수백대씩 구입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포장 조차 안뜯은 컴퓨터가 창고를 꽉채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후난(湖南)성의 재정청 문화청과 성 직속 물품구매 센터는 3000만위안을 들여 본래 1500만위안에 불과한 물품을 구입하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정부 기관의 이른바 '게릴라성 지출(突擊花錢)'에 대해 관계자들은 '절약하면 손해고, 투자가 경제발전의 최선책'이라고 믿는 잘못된 판단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칭(葉靑) 후베이(湖北)성 통계국 부국장은 "사용하고 남은 예산은 정부에 반납해야하고 내년 예산 또한 남은 액수를 제외한 예산을 기준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절약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설명했다.
예 부국장은 또 "대부분 투자를 해야 경제가 발전하고 쓴 돈만큼 GDP나 생활수준이 나아진다고 믿는다"며 "연말에 예산을 전부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중요한 의무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광저우시 지하철 2호선 개통때 공사 책임자는 18억위안의 예산을 절약했지만 돌아온 것은 오히려 "돈도 쓸 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이라는 비난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예산 낭비가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국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예산법개정에 착수했지만 지금까지 개정안(초안)만 마련됐을뿐 진전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