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사모펀드인 론스타‘먹튀’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등 외환위기 때 주요 은행들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면서 발생한 상흔은 여전히 국내 금융시장의 아픔으로 남아 있다.
◆ 환란 15년, 금융산업 성장 얼마나?
외환위기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규모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가깝게 발전했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평균 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3%보다 높다.
이는 1980년대 우리나라 금융업 비중이 OECD 평균(5.6%)보다 낮은 4.2%에 불과했던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2009년 기준 예금은행을 통한 민간신용 규모도 GDP 대비 116%에 달해 세계 평균치인 63.1%를 크게 웃돌면서 고소득국가 평균치인 119%에 근접했다.
GDP 대비 민간 채권시장 규모는 69%로, 세계 평균(46%)은 물론 고소득국가 평균(63%)보다도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도 우리, 신한, KB,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사들의 3분기 순이익 규모는 약 2조85억원을 구가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력 구현을 위해 규모 있는 금융지주를 적극 육성했던 10년의 정책이 결실을 맺고 있는 모양새다.
◆해외자본 ‘론스타‘가 남긴 교훈은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후 M&A 형식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투입된 해외자본은 이 같은 성과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외환은행 초과지분 매각명령을 내리면서 론스타와 한국 금융권의 기나긴 ‘인연’은 조만간 일단락될 전망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공식 인수하며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등으로 어수선한 금융 상황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을 인수 제안은 일종의 구원투수 등판이나 다름 없었다.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했던 정부는 외국자본의 투입이 절실했던 만큼 인수과정의 모든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하지만 선진금융 시스템 하에서 제련된 론스타는 결국 한국 금융시장과 법망을 능숙하게 요리했다.
최근까지 외환은행 매각을 앞두고 수조원이 넘은 고액배당을 챙기며 ‘먹튀’논란을 일으킨 론스타는 이밖에도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논쟁을 일으키며 잇속을 챙겨갔다.
비록 론스타는 외환카드의 허위증자 사실 유포에 따른 법원의 유죄판결로 외환은행의 주식을 매각하고 떠나야 하지만 하나금융과의 매각가격 협상 여지에 상관없이 투자금액을 훨씬 웃도는 이익을 남기고 돌아가게 됐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지난 환란 이후 공적자본 투입으로 간신히 회생시켜 놓은 국내 금융권을 해외자본이 유린하는 형국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국내자본의 해외 유출 또한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론스타는 2조1549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해 당시 ‘헐값에 인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8년 동안 론스타는 지분 매각과 배당을 통해 당초 투자액보다 2796억원이 많은 2조4345억원을 회수해갔다. 또 현재는 하나금융과 4조4059억원에 인수 계약을 체결해 또 다른‘먹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와 함께 론스타가 국내 금융시장에 남긴 상처의 골도 그만큼 깊어졌다.
일단 론스타를 둘러싸고 사모펀드를 비롯한 해외 투자자본의 불신이 팽배해졌다. 또한 정부와 금융권, 금융권과 시민단체 및 노조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살제로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와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매각명령을 수차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남기고 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이 인수하더라도 분쟁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또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소신 있는 결정을 유보해 매끄럽지 못한 정책 진행과정을 보여주며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받아야 했다.
결국 론스타는 신중하지 못한 금융정책 판단이 국론분열과 금융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의 산 증인이 된 셈이다.
◆제일은행 장기투쟁 원인은 ’뉴브릿지캐피탈‘
또한 현재 SC제일은행의 최장 노조투쟁을 불러온 원인도 또 다른 먹튀 펀드인 ’뉴브릿지캐피탈‘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외 사모펀드 M&A의 국내 선봉이었던 뉴브릿지캐피탈과 제일은행의 결합은 국내 금융권에서 최악의 인연으로 기록되고 있다.
제일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의 혈세 17조원을 투입해 부실을 정리하고 회생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자산이 26조원이었던 제일은행은 사모펀드 뉴브릿지캐피탈에 단돈 5000억원에 헐값 인수됐다.
매각 후에도 뉴브릿지캐피탈은 풋백옵션을 통해 은행의 부실채권을 정부에 팔았다. 이런 수법으로 5년 만에 1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제일은행을 재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야기된 제일은행의 부실화가 여건 개선을 옥죄는 현 경영진과 노조의 불화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