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무섭게 위협하는 일본의 합종연횡

2011-11-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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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일본 기업들의 짝짓기가 한창이다.

전자·철강·중공업·조선·해운 등 업종도 다양하다. 지난 10년 동안 기업 간 통·폐합이 더디게 이뤄진 결과 일본 기업이 한국·중국·인도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는 자기반성에서 비롯됐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산업별로 업계 재편과 자체 구조조정이 추진됐다. 그 결과 국내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국내 주력 산업의 경우 이미 성숙단계에 진입해 있는 만큼 일본의 변신은 위협이 될 전망이다.

◆日기업 합병 바람 거세

일본의 기업 합병은 최근 제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성공한 산업으로 자부하던 분야에서 '강자간 연합'이 속속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에 밀려 3위로 전락한 일본 조선업계는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에 나섰다. 1위 업체인 이마바리 조선소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손을 잡았다.

닛신제강과 스텐레스 전문업체인 니혼금속공업도 합병한다. 양사는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제조업체로의 도약을 목표로 최종 제품과 최적의 생산체제를 편성, 효율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일본 해운업계도 구조조정 격랑 속에 휩싸였다. 운임 하락과 유가 급등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선사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3대 선사인 NYK, MOL, K-라인은 현재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컨테이너선 사업부를 분사(spin-off),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소니· 도시바· 히타치는 이미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을 통합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에 밀리던 일본 업체들이 합병 카드로 반격에 나선 셈이다.

이밖에 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중공업은 주력 분야인 사회 인프라 사업을 통합할 예정이다.

◆"잃어버린 10년 반성"…정부 직접 나서

일본은 과거에도 3차례의 기업 간 대형 합병이 있었다. 1차 붐은 60년대에서 70년대 중반에 걸쳐 발생했다. 외국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 기반강화 추진 차원에서 합병이 이뤄졌다. 닛산, 일본제지,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2차 붐은 버블 붕괴로 불황이 시작됐던 90년대에 형성됐다. 주요 기업이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시장 확보 차원에서 합병이 진행됐다. 3차 붐은 기업들이 2002년 장기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병·사업통합·제휴 등을 활발히 추진했다.

최근의 합병은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 특징이다. 일본이 한국· 중국 등에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민간 기업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9년 차세대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민간 기업 19개와 공동으로 일본산업혁신기구(INCJ)를 설립했다. INCJ는 현재 20여개의 기업 및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소니· 도시바· 히타치의 합작사 설립도 INCJ의 작품이다.

아사쿠라 하루야수 INCJ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외국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본 기업들이 세계 경쟁자들과 힘을 겨루기 위해서는 INCJ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日기업은 여전히 가장 두려운 상대"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을 자랑한다. 또 세계 2위의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고가·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내수규모 또한 크다. 기업들이 투자에 대한 회수가 쉽다는 얘기다.

산업 간 수직·수평 분업이 잘 돼 있고, 산업간 연계성도 여전히 강력하다. 실제 완성품 또는 조립업체와 부품·소재 간 수직 계열관계나 장기거래 관례를 구축한 소니·토요타 등 다수의 글로벌 업체들이 건재하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업계 재편과 자체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내수시장까지 살아날 경우 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쉽게 회복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일본에 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경험했지만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업체 간 통합을 촉진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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