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약속' 배우 김래원 "또 다른 나 발견했지만 난 연기가 목마르다'

2011-11-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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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수현 "영악할 정도로 여우처럼 연기 잘한다" 칭찬

김래원/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황인성 기자) "나는 네 남자야." 감정을 꾹 누르고 가슴을 열어보인 배우 김래원이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SBS '천일의 약속'에서 박지형 역을 맡은 김래원은 수애를 향한 애절한 사랑으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연인을 지켜주는 지형의 모습에 푹 빠져있다.
인터뷰 당일 새벽 5시까지 촬영을 했던 김래원은 몹시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배우 김래원이 아니라 극중 인물 지형으로 보였다. 우울한 눈빛 그리고 과묵한 행동을 보이는 김래원은 박지형으로 거듭나 있었다.

이제 촬영이 한달이 채 안남은 상황. 20부작의 드라마는 수애(이서연)로부터 김래원으로 중심이 옮겨진다. 김래원은 그동안 꾹 참았던 연기감정을 후반부로 갈수록 터뜨리며, 시청자를 울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받쳐주는 역할이었기에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까지 저는 작품에서 끌고 가는 역할을 했었거든요. 더군다나 앞으로 내레이션 등 비중이 높아질 것 같아요. 앞으로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여 드릴 겁니다."

김래원은 이번 작품으로 김수현 작가에게 공인 연기 인증서를 받았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는 김래원의 연기의 팬이 된 상황이다. 평소 드라마를 모니터하면서 소품 하나도 작품의 시대와 배경에 맞게 챙기던 김수현 작가는 김래원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수현 선생님께서 제 연기를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전화로 저한테 '영악할 정도로 여우처럼 연기를 잘한다'고 격려해주셨죠. 제 자신도 지형을 연기하면서 섬세한 면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김래원은 누구보다 이번 작품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수없이 대사를 보고 또 보며 지형의 심정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대사 사이 사이 '...'은 김래원을 수많은 고민에 휩싸이게 만든 고민거리였다. 이서연을 바라보는 장면을 '...'으로 표현한 김수현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대사 중간 잠시 쉬어가는 부문이지만, 표정연기로 시청자를 사로 잡아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저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정을 억눌렸어요. 일부 시청자들이 지형이 유유부단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거든요. 원래 초반에는 이서연(수애)가 중심이기 때문에 저는 한발 물러나 있어야죠. 일부러 감정이 표출하는 씬에서도 감정을 억눌렸죠. 그리고 이서연을 바라보는 눈빛연기를 통해 시청자에게 제 의도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려고 했어요. 저는 지형이 햄릿형 인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김래원은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인터넷을 보지 않는다. 혹여나 자신이 생각했던 연기노선에 혼선을 빚을까 우려해서다. 더불어 김래원은 자기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 자신감으로 우직하게 밀고 나간 것이 김수현 작가에게 연기력을 인정받게 된 것처럼 보였다. 김래원은 다시 한번 드라마를 처음부터 촬영해도 똑같이 밀고나갈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비슷한 장르의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정우성과 비교하는 것에 대해 정우성은 정우성 김래원은 김래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초반에 스태프를 통해 지형이가 너무 유유부단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이 상했어요. 저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연기였기 때문이죠. 김수현 작가님도 저한테 창찬을 해주시고 저 역시 제 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거든요. 영화 '내 머리속 지우개'에서 정우성 선배의 연기가 저와 비슷한 설정하다고 하셨지만, 정우성 선배는 당시 상황을 멋지게 이끌어 갔죠. 하지만, '천일의 약속'에서 박지형은 달라요. 좀 더 아프고 처절한 인물이니까요. 더불어 감정을 안에 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었답니다."

박지형이란 인물에 동화된 김래원을 보니 실제 자신이 드라마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했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김래원은 박지형과 똑같은 행동과 결정을 내릴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반대에 우물주물하는 모습이 그런 김래원의 모습이 실제로도 일어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대답은 이외였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하고 싶은대로 살았어요. 그만큼 부모님이 제 선택과 결정을 존중해준 것도 있고요. 그래서 실제 저라면 부모님의 반대에도 더 빨리 이지영을 지켜주고자 결단을 내렸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좀 과감한 부분이 있거든요."

절절한 멜로 연기를 하다보면 사랑에 대한 평소의 생각과 주관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서 아픈 사랑을 하다보면 평소 애정관에 변화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 김래원 역시 그 말에 동감했다.

"저는 이제까지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서로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사랑은 그냥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지형의 희생도 사랑에 큰 범주 안에 있는 부분이고 서로 상대의 마음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랑을 얻기 위한 한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랑은 그냥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김래원은 그동안 작품 사이 호흡이 길었다. 1년반에 한작품 정도 해온 그는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하고 싶은 갈망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 작품이 끝나면 바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출연하기로 약속해온 작품도 줄줄히 밀려있어 김래원은 한동안 팬들의 곁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텀을 두고 활동하다보니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커졌어요. 그래서 이번엔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아까 인터뷰 때도 차기작을 이야기하러 감독님과 대표님이 오셨어요. 전 조금 더 두고 보자고 했죠. 아마 하게되면 휴먼니즘 장르가 될 것 같은데, 아직 모르겠어요."

김래원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그건 그동안 스타로서 자신만 빛나는 법만 알게 됐는데, 이제는 작품 전체의 흐름 속에 자신의 연기를 녹여내는 방법을 알게된 다는 뜻이다. 작품의 조화를 조율하게 된 김래원은 앞으로 우리 연기계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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