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노령인구의 삶의 질 그리고 눈건강

2011-11-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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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망막학회 강세웅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안과)

우리나라의 인구 노령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추세로 진행되고 있으며,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서 중요하게 떠오른 이슈가 노인들의 삶의 질에 관한 문제다.

노인들의 삶의 질이 청장년층에 비해 현저히 낮고 또한 점차 그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즉 삶의 질 지수(EQ-5D)가 청장년층에서 0.93인 반면 노인에서는 0.80에 불과하다.

국내의 보건의료 정책도 이제는 단지 생명 연장을 추구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질병의 타파에도 중점을 둘 시점이 됐다고 판단된다.

삶의 질이 현저히 감소한 노령 인구집단은 결국 사회·경제적 비용을 크게 유발하므로, 이런 노력은 인권의 차원에서뿐 아니라 전체적인 국가 재정의 지출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안질환은 노인에게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원인이다.

70세 이상 노인의 52%가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일상적인 활동인 사람 알아보기, 신문읽기 등이 어려우며 이는 일상생활에 전반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상실을 불러와 사회와 점점 격리되는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자료에 의하면 백내장·녹내장·당뇨망막병증·황반변성 등은 노인에게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다빈도 질환으로서 예방과 조기발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국가 보건의료 차원에서 눈 건강에 대한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접근을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우 '비전 2020(VISION 2020)'이라는 눈 건강 프로그램을 두고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눈 관리 시스템이 국가보건의료시스템에 통합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력장애에 대해 백내장·소아실명·노인의 황반변성·당뇨병성 망막증·녹내장 등 질환별 예방 접근 전략을 가지고 있다.

WHO는 시력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여부에 따라 환자 수에서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일 것으로 추계하고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미국의 질병관리본부 또한 '헬시 피플 2010(Healthy People 2010)'에서 목표의 일환으로 눈 건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헬시 피플 2010에는 시력과 관련해 시력검사와 시력 저하·손상 등 10개의 국가 목표가 설정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건 종합대책이라 할 수 있는 '헬시 피플 2010'에는 눈 건강과 관련한 내용이 전무한 실정이다.

국민 건강에 대한 종합대책을 세우면서 노령기 삶의 질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눈 건강과 관련한 국가적인 목표와 대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너무나 미흡하다는 대표적인 증거라고 생각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눈 건강을 위한 예방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 노령 취약계층에 대한 조기검진 프로그램의 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등 정부의 획기적 대책을 촉구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눈 건강 사업의 한 예로 '노령기 눈 건강 증진사업'을 제시한다.

이 사업은 다빈도 눈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통해 노년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 없이 말기까지 진행해버리는 대표적인 질환인 황반변성과 녹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50세 이상의 국가 성인 검진프로그램에 안저 촬영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는 2차 예방에 해당한다.

질환 예방·관리 수칙과 생활 속 위험요인에 대한 대국민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지역사회 보건사업을 위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개발과 보급에 나서도록 한다.

우리나라에 맞는 질환 예방·관리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 지원도 필요하다.

3차 예방 차원에서 적절한 치료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 노인의 실명 예방을 추진하도록 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황반변성과 녹내장의 진행 억제를 위해 초기 진단자에게 실명 예방을 위한 영양보충제와 안압강하제를 지원하는 방안도 3차 예방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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