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 1일 BC 카드를 계열사로 정식 편입했다. 바로 다음날 SK텔레콤이 출자한 하나SK카드는 가파른 성장세 속에서 창립 2주년을 맞았다.
양사가 이처럼 카드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답은 최근 국내 이통사업자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주요 수입원인 음성통화 수익은 감소하면 반면 테이터통화 수익은 늘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 통화 수익이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통사의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PRU)은 점점 떨어 지는 추세다.
반면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는 금융 산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글은 올해 '구글지갑'을 바탕으로 모바일카드·뱅킹·커머스 시장에 뛰어 들었다. 페이스북은 자체 전자 화폐에 기반을 둔 커머스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국내 통신사업자가 깔아 놓은 인프라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KT, SK텔레콤 양사가 카드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KT, SK텔레콤이 시장을 보는 눈은 확연히 다르다.
당연 추구하는 모습도 상반된다.
◆ KT, "카드 발행업이 아니라, 카드 프로세싱업"
이석채 KT 회장은 "하나SK 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이 단순히 카드 발행업을 하고 있는 데 반해 KT와 BC카드는 카드 프로세싱업을 하려고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못 박았다.
KT가 BC카드와 함께 구상하는 사업이 단순히 카드 발행업이 아닌 결제 프로세싱 업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KT가 내세우는 것은 '3무(3無)' 서비스다.
KT는 우선 자사의 정보통통신기술(ICT) 역량을 기반으로 카드결제 프로세싱을 효율화해 중복비용 등 낭비 요소를 줄여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카드를 모바일 카드로 대체하고, 종이 영수증을 없애며 제약없이 모든 카드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3無 금융서비스를 도입한다.
남규택 KT 시너지경영실장은 “모바일 카드로 전환해 카드 발급 및 발송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결제 프로세싱을 BC카드 프로세싱으로 이용하며 종이 영수증을 웹, 클라우드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신용카드산업에서 발생하는비용 중 연간 9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KT의 계획이다.
이와 함께 KT는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나 마스터 카드 등 글로벌 사업자가 개발해놓은 규격을 가지고 모바일 카드를 도입한 것과 달리 자체 규격을 만들기로 했다.
단순히 플라스틱이 모바일로 바뀌는 것이 아닌 진정한 '스마트 페이먼트'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KT가 내세우는 중장기 목표다.
◆SKT, 하나SK카드를 '작지만 강하게'
하나SK카드는 지난 2009년 11월, 하나은행에서 분사하고 이듬해 2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지분 합작을 통해 출범했다.
분사 1년 6개월여 만인 올해 2분기부터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올해 200억대 이상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컨버젼스 회사로서 강점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는 게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모바일솔류션측면에서 BC카드가 자체 규격을 만들고 있는 데 비해 하나SK카드는 현재 비자의 모바일카드 솔류션을 채택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추구하는 하나SK카드의 미래상은 '작지만 강한 모습'을 갖춘 '반려(伴侶)' 카드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결합해 국내 최초 금융·통신·컨버젼스 카드사로서 출범한 하나SK카드는 차별화된 서비스, 새로운 상품,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무리한 외형 성장 보다는 고객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남다른 서비스에 감동한 고객이 평생 함께하고 싶은 ‘반려’ 카드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