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올해 국내증시가 다시 개미들의 무덤이 됐다. 한때 주가의 등락에 따라 매수·매도를 잘 판단하며‘스마트 개미’라는 평가를 받았던 개미들이었지만, 급하게 커진 변동성 탓에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들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6.2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평균 수익률은 2.22%,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6.45%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린 종목에서도 개인들은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이 올 한 해 순매수한 20개 종목 가운데 돈을 번 것은 현대모비스·셀트리온·KODEX인버스 3종목에 불과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종목이 8개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차이다.
올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인 OCI는 35.45%의 손실을 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OCI가 유망종목이었던 탓에 개인들이 집중 매수했지만,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 타이밍을 놓치며 큰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월 대비로는 무려 50% 이상 손실이 난 상태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들은 OCI에서 잘 빠져나왔다. 개인들이 1조8500억원을 산 올해 외국인들은 1조5900억원 어치 물량을 쏟아내며 가장 많이 팔았다. 기관도 순매도 순위 12위에 올렸다.
개인들의 2번째로 많이 산 현대중공업도 36.00% 손실을 안겨줬다. 5000억원 이상을 매수한 한진해운 주가는 연초대비 75.06% 하락하며, 지난 1월 4만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만원 밑을 맴돌고 있다.
증권주 투자에서도 개인과 외국인은 희비가 엇갈렸다. 대우증권 주식 1억5600만주를 사들인 개인은 62.36% 손실을 안았지만, 외국인은 삼성증권에 1800억원 이상 순매수해 39.39% 손실로 상대적 선방을 기록했다.
한편 외국인과 기관들에게 높은 성과를 안긴 종목은 만도와 SK C&C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초이후 만도는 47.67% 상승했고, SK C&C는 65.71% 올랐다. 특히 기관들은 지난 2월21일 상장한 현대위아에 투자해 127%가 넘는 수익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개인들이 종목 선정에서 외국인과 기관에 패배했다고 진단했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은 전반적으로 낙폭 과대 관점에서 접근한 게 손실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시황팀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판 것을 개인들이 받는 형태로 매매한 것이 손실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정보접근과 활용상의 차이도 작용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경우 기관을 상대로 한 영업이 불가피해 기관과의 정보 공유가 일정부분 있다”며 “이를 통해 미리 정보를 얻게 된 외국인과 기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비가 늦은 개인들이 손실을 뒤집어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