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상당한 정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고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구는 반월가 시위의 진원지인 미국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거의 모든 나라에 해당되는 문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극심한 양극화와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 등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고 있고 대외적인 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는 국민들의 삶을 언제 위기로 몰아 넣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러한 변화 요구들 중 하나가 바로 자본시장을 하루바삐 선진화시켜 안정적인 자본조달 창구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시장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를 경제위기로부터 국민경제를 보호하는 방어막이 되도록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기별 GDP의 4배 가까운 자본시장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자본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이런 엄청난 규모를 가진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는 언제 위기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는 데 국민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큰 규모의 자본시장이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지난 1997년 12월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9월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2번의 경제위기를 겪었다. 그로 인한 양극화와 취업난은 아직도 수많은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이 2개의 경제위기는 중요한 공통점을 갖는다. 그것은 두 개의 위기 모두 국내로 유입된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해외로 빠져 나가면서 위기가 오고 증폭됐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95년 1월부터 1997년 11월 사이에 국내에 유입된 외국 자본은 781억 달러에 달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 때였던 1997년 11월부터 1998년 4월 사이에 유출된 외국 자본은 214억 달러나 됐다. 1998년 4월부터 2008년 8월 사이에는 2219억 달러의 외국 자본이 유입됐으나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695억 달러의 외국 자본이 일시에 유출됐다.
◆외국법인 투명성 강화, 외화 유출입 관리 강화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것은 외국법인의 투명성과 외화 유출입 관리를 강화하는 것.
한국거래소는 지난 4일 상장 외국법인 공시의무 강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공시규정을 개정해 오는 2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외국법인이 외국거래소에 신고·공시하는 공시사항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동시에’알려지도록 외국법인의 공시의무가 강화된다.
또한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8월 1일부터 자본유출입변동성 완화를 위해 ‘외환건전성 부담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시중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 등이 납부하는데 비예금성외화부채(전체 외화부채-외화예수금)의 잔액에 부과된다.
비예금 원화부채에는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외에 외화의 급격한 유출입 관리를 위해 ▲선물환포지션 한도 도입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전환 같은 장치가 추가로 마련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2008년 월가발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커진 변동성으로부터 자본시장, 나아가 국민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재 주요20개국(G20)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금융거래세(또는 토빈세)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인식되는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는 최소한 단기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의도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한국 등 신흥 자본시장은 선진국 시장의 종속 변수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에 위기가 생길 경우 가장 먼저 자본 유출이 일어난다"며 "선진국들의 시행 여부와 국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도 너무 늦지 않게 금융거래세의 시행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