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는 일제에 징용됐던 고(故) 김모씨의 손자가 낸 행정심판에 대해 최근 이같이 재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행심위에 따르면 손자 김씨는 지난 2009년 12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에 고인의 군사우편저금 221.84엔 등에 대한 미수금 지원금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군사우편저금이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대일민간청구권신고에관한법률’상 우편저금이 신고대상으로 규정돼 있고 이미 청구권보상금 지급 개시일에서 2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점도 거절 사유였다.
김씨는 위원회가 작년 12월 김씨의 재심의 신청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리자 행심위에 재심의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다.
당시의 군사우편저금은 자의에 의해 가입한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가입된 것으로써 공탁금과 동일한 형태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군사우편저금제도는 전쟁터에서 현금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군인·군속이 봉급을 낭비하지 않고 저축하도록 지난 1895년에 생겼으며, 1965년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등의 재산권에 대한 조치에 관한 법률’을 정함에 따라 한국인의 군사우편저금에 대한 권리는 소멸됐다.
이에 대해 행심위는 “피징용자의 군사우편저금 미수금은 전쟁지에서 받은 봉급 등을 노전우편국에 맡겨두고 일본으로부터 받지 못한 것으로, 피징용자가 받아야 할 급여를 공탁해두고 못 받은 육군공탁금 미수금과 비교할 때 결국은 동일하게 일본정부나 기업에서 돌려받지 못한 금전”이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일본정부가 대만징용자들에 대해 실시한 미수금 보상에 미지급 급여뿐 아니라 군사우편저금도 포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군사우편저금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련법상 위원회에서 미수금 피해자로 결정된 사람이나 유족에게 당시 일본 통화 1엔을 우리 돈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손자 김씨는 44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늦게나마 국가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당한 결정을 내려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보다 현실적이고 정당한 보상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제 징용 피해자의 미수금을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도록 한 `태평양 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작년 6월 서울행정심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