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회기 내 FTA 비준안 처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정작 여당 내 상황조차도 대통령의 전망과는 많이 멀어 보인다.
현재 야당은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의 제외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비준안 처리 자체를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여당 내부에서도 몸싸움까지 벌이며 강행처리를 한다면 비준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확대대고 있다.
문제는 여당도 야당도 무엇이 문제이고 왜 처리해야 하는지, 또는 왜 처리하면 안 되는지 명확하게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간 대치가 길어지고 FTA 문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계속해서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국민들도 영문을 모른 채 둘로 갈라질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여야 의원들 모두 한·미 FTA 비준안 자체가 아니라 이 문제가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관심사일 것"이라며 "지금 대치상황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는 각자의 손익관계에 따라 여론 눈치보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지금과 달랐다면 한·미 FTA를 둘러싼 상황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대한 국가 대사다.
10년, 10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뒤바꿀 수 있는 결정 사안이다.
이러한 중대 결정을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총선에 휘둘려 결정한다면 이는 커다란 과오를 범하는 일이다.
한·미 FTA는 전문가들도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그렇다면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국회가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단순히 미국이 의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는 이유를, 막연히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앞세워 찬반으로 싸울 것이 아니라 "저희들도 이 문제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니 더 분석을 해보겠습니다"라고 고백한 뒤, 정쟁이 아닌 진짜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