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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의 명소 '명동'거리에서 늦은 밤까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사진=관광공사) |
(아주경제 진순현, 강경록 기자=제주)
제주도 저가 패키지 관광을 경험했던 중국인 후 씨(38)는“관광은 내 팽겨치고 돈 벌이에만 급급한 여행사들”이라며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을 꺼냈다. 이어 “제주 패키지관광 기간 동안 식사,잠자리,여행 코스 등 기본적인 생활에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중국 현지 여행 대행사와의 계약과는 딴판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5성급 호텔, 중국인 입맛에 맛는 식사 제공, 다양한 관광 코스 등 저비용에 제주를 간다는 데 만족을 느껴 관광에 동참했다”며 “하지만 제주에 도착하니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5성급 호텔 인줄 알았던 숙소가 갑자기 방이 바뀌고 식사는 중국인을 고려하지 않은 식단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저가 여행사들의 상술로 제주관광계가 멍들고 있다.
지난 10월에 방문한 중국의 바오젠 그룹 임직원들도 제주도 방문 후 불편했던 점에 대해 지적했다. 현지 여행사들이 암암리에 쇼핑을 강요하고 식사 또한 형편없었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김 모씨는 “중국 현지에서 모객을 해 대행에 또 대행을 거치다 보면 일명 투어피가 전혀 남지 않는다”며 “손님들이 쇼핑을 해주지 않으면 적자를 면키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제주도를 방문했던 왕 씨(47)는“바오젠 거리에서 얼마 안 떨어진 모 식당에 가니 그릇만 잔뜩 깔아 놓고 닭다리 하나 띄운 걸 삼계탕이라고 내놓는 데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며“앞으로 저가 패키지관광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단체관광을 왔던 중국 관광객들은 5성급 호텔에서 묵는 줄 알고 왔지만 방이 없다는 핑계로 모텔 수준의 질 떨어지는 방을 내주었다고 항의하는 일도 잦다.
도내 관광업체 관계자는“중국 저가 패키지관광은 제주 관광의 이미지만 실추시키고 있다”며“저가를 만회하기 위한 관광가이드들의 쇼핑 강요는 제주의 나쁜 이미지만 심어주고 있다”고 걱정했다.
또 제주도에서 여행사를 운영중인 송상섭(40) 대표는 “저가 관광을 온 경우 입장료가 없는 곳을 찾아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가격을 맞추느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들 저가 여행사들의 과다 경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여행객들에게 돌아간다. 이번 바오젠 그룹만 하더라도 현지에서 4000 위안(한화 약 70만원)을 내고 중국 내 현지 여행사와 계약했으나 실상은 국내 여행사가 거의 모든 여행을 관리하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대행을 맡은 여행사가 다시 하도급으로 제주도에 위치한 여행사와 계약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소비자는 여행경비로 냈던 금액보다 현저히 낮은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마케팅 팀장은“제주에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으나 단체관광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고 설명한 뒤 “현실적으로 이러한 저급한 여행사들에 대한 단속이 어렵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관련업계가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