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채무위기로 亞시장 신용경색 초래"

2011-11-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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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이탈리아의 채무위기로 인해 아시아는 물론 미국 금융 시장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SBC의 최고경영자인 스튜어트 걸리버(사진)는 9일(현지시간) “위기에 처한 유럽 은행들이 아시아시장에서 자금을 대거 회수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신용경색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걸리버 CEO는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됐던 아시아 은행들의 자금조달 증가세가 계속 유지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유럽의 재정 위기로 인해 유럽 은행들이 대출을 급격히 회수하면 신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고는 아시아 지역의 유동성 상당 부분이 외국계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외국계 은행 가운데 유럽 은행 의존도가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2분기 해외은행 대출을 통해 조달한 2조5200억달러 가운데 21%인 5292억달러가 유럽 은행권에서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은행들은 자금의 52%를 해외 은행에서 들여왔다.

유럽 은행이 자금줄을 죄기 시작하면 아시아지역의 경제성장에도 연쇄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은행권 대출이 신흥국 경제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의 신용경색은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도 최근“유로존의 위기가 브라질, 중국 등 신흥 국가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면 국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재정 위기가 미국의 월가까지 덮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 인베스터스는 9일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재정 위기로 인해 미국도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와 유사한 경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븐 헤스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은행간 자금 시장은 일부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 손실 상각 등을 대비해 대출을 줄이는 정도의 미미한 긴축에 불과했다”면서 “만약 위기가 더 악화되면 미국 금융시스템까지 갑작스런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스는 “현재 유럽 위기로 인한 영향은 주로 은행시스템을 통해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한 파장과 유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는 "미국 은행이 보유한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채권 자체보다는 국제 자금 시장 경색으로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미국 은행들이 이제는 리먼 사태 때보다는 더 강해졌기 때문에 당시처럼 정부의 긴급 구제를 되풀이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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