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한미 FTA 처리 여부를 살피느라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예산안 심사를 미루고 있으며, 계속 연기되는 본회의 일정 탓에 의안 처리는 늦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여야가 한미 FTA를 두고 지나친 눈치작전을 펴고 있어 애먼 행정부 공무원들은 시간적·물리적 피해를 입고 있으며, 결국 최종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한미 FTA 처리 난항에 입법·행정 ‘공회전’
국회는 당초 10일 본회의를 열고 한미 FTA 비준안과 청년실업해소·주택시장 안정·복지 향상 등 민생정책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미 FTA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심해지며, 본회의는 여야 합의로 취소됐다.
예산결산특별위·국토해양위·정무위원회위 등 일부 위원회는 이날 본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판단, 전체회의 일정을 미루고 한미 FTA 비준 처리 문제를 지켜보기로 했으나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만 한 셈이 됐다.
또 오는 24일 본회의까지 한미 FTA를 둘러싼 여야의 소모성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각 상임위는 전체회의 시기를 조율하는 데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관계자는 “한미 FTA 처리 문제가 예산국회의 쟁점으로 떠오르며 각 상임위별 예산 및 법안 심사가 소홀해질 뿐더러 상임위 일정도 뒤죽박죽”이라며 “지난 10·26 재보궐 선거에 국정감사가 묻혀졌듯, 내년도 예산심의도 한미 FTA 이슈에 밀렸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로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일선 행정부 공무원들에도 피해를 입고 있다. 올 한해 부처별 씀씀이와 내년 새 가계부를 심사받아야 할 입장이지만 국회가 공회전을 거듭하며 예산안 처리가 늦춰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상임위가 정부 예산안을 승인해줘야 구체적인 내년도 업무계획을 짤 텐데 본회의 개최가 계속 미뤄지고 상임위 일정도 그에 맞춰 지연되고 있다.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법정시한까지 맞출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 여야, 한미 FTA 절충 언제쯤
파행적 국회 운영으로 입법·행정부가 혼란에 빠졌지만, 여야는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당내에 강온론이 대립하는 등 내부 갈등도 심해지고 있어 정상적 국정 운영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한나라당이 협상 시한을 이번 주까지로 설정하고, 필요하다면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등 단독처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박 의장은 “직권상정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때문에 여야 원내지도부가 결국 절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끝내 협의가 무산 될 경우 △한나라당의 단독상정 △물리적 충돌 △야권의 예산안 승인 거부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