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SK텔레콤은 이사회를 열어 하이닉스 인수안을 가결,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2002년 이후 두 차례 무산 끝에 10년을 표류했던 하이닉스 매각이 사실상 마무리에 들어간 것이다.
재계 3위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로 자산총계 100조원을 넘어서면서 4ㆍ5위 LGㆍ롯데그룹과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됐다.
하이닉스 또한 지배구조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실적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달 초 하이닉스가 포함된 반도체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저성장이 예상되는 PC용 D램 매출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비중을 크게 늘린 데 따른 것이다.
SK그룹 입장에서도 하이닉스 인수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스마트폰을 직접 생산, 디바이스ㆍ콘텐츠 조화를 이루는 애플식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T가 이동전화와 티스토어, 네이트온 같은 콘텐츠 기반 사업을 가진 만큼 디바이스를 추가할 경우 한국판 애플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홍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SKT가 인적 분할을 통해 통신지주사를 탄생시키면 추가적인 하이닉스 투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일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불황기에도 설비투자를 감당할 만큼 양호한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회사"라며 "인수 이후 추가적인 현금투입이 필요없는 좋은 투자대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남은 불확실성도 있다. 3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하이닉스 인수가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SK그룹 재무부담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 주가는 하이닉스 인수를 본격 추진한 7월 이후 이날까지 10% 이상 하락했다. 한때 20%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당장 들어갈 인수자금뿐 아니라 반도체 사업 유지를 위해 해마다 쏟아부어야 할 대규모 투자자금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인수 시너지 또한 의문이 제기됐다. 투하자본이익률이 16%에 육박하는 SK텔레콤에 비해 하이닉스는 0.3%에 불과해 되레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SK텔레콤 이사회 또한 이런 우려를 인식, 본입찰 참여를 결정하는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