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자체가 대부분 경쟁 없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감을 따낸 후에는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고 앉아서 차액(통행세)을 챙기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5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 중 총수가 있는 집단에 소속된 광고·SI·물류 업체 20곳의 거래 현황과 사업자 선정 방식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정위에 따르면 20개 업체와 계열사 간의 지난해 거래액 9조1620억원 가운데 88%에 해당하는 8조846억원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됐다.
또 비계열사와 거래에서 수의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그친 반면 내부·외부 거래를 합친 전체 거래 중 수의계약은 7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맡은 뒤 중소기업에 위탁해 그 차액 즉, ‘통행세’를 챙기는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D사이다. D사의 경우 같은 해 계열사 E사로부터 130억원짜리 업무를 수주한 뒤 F사에 108억원짜리 하도급을 줬다. 이를 통해 D사는 가만히 앉아서 무려 22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대기업과 계열사 간 수의계약이 높아질 경우 제 아무리 유능한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대기업과 그 계열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장에서는 결코 올곧게 설 수 없다. 아울러 시장의 공정성과 기업의 효율성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대기업과 계열사 간 거래 현황과 사업자 선정 방식 등을 분석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또한 공정위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기업의 자발적 경쟁입찰을 확대·유도하고 경쟁입찰·수의계약 여부를 공시토록 관련 규정을 정비한다는 방침 등은 분명 중소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행태를 완전히 근절시키고 공정거래 확립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폐해는 비단 중소기업과 동종업계 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대주주의 편법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