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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형석기자 |
(아주경제 황인성 기자)배우 김영호가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털털하고 웃음이 매력적인 덩치 큰 아저씨 그는 매 작품마다 한 가지 캐릭터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시도했다. 영화 '미인도'에서 남성미 넘치는 김홍도 역할을 영화 '부산'에서는 술에 취해 아들을 학대하는 망나니 아버지 역할을 특유의 선 굵은 연기로 소화했다. 그런데 이번엔 로맨틱 섹스 코미디 영화를 들고 나왔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완벽한 파트너'에서 시나리오 작가를 맡았다.
로맨틱 섹스 코미디는 한국에서 가장 미개척된 분야다. 미국에서는 유명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는 정서때문인지 선보이는 작품이 드물다. 그런데 김영호는 애쉬튼 커쳐 주연의 외화 '친구와 연인사이'를 보고 저런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했다.
대본을 읽어보니 정사장면이 많았다. 김영호는 박헌수 감독에게 그 장면을 모두 빼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내용 전개상 꼭 필요하다고 싶어 모든 장면을 수용했다. 영화에서 김영호가 선보이는 정사신은 약 네 번 정도. 각 순간마다 주인공 준수의 심리상태의 변화를 표현한다. 그의 말처럼 극전개의 중요한 장치였다. 하지만, 상대역인 윤소이는 연기가 처음인 신인이라 그런지 함께 호흡하며 촬영하기 힘들었다.
"다독이며 촬영을 했지만, 호흡이 쉽지 않았으며, 가장 어려웠죠. 그래도 수월하게 끝나서 다행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인 것 같아요. NG도 많이 났고 말이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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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형석기자 |
배역 준석은 인기있는 시나리오 작가이지만, 몇 년 째 작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태. 나이 마흔의 이 사람은 돌파구를 연하와의 연애에서 찾는다. 영화 속에서 그는 다분히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제자와 침대에서 섹스를 하면서 시나리오는 고쳐주는 것은 물론, 제자의 아이디어를 도용해서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진한 구석도 있다. 준수는 모델방에서 자신의 잘못을 빌기 때문이다. 그것도 엉엉 울면서 말이다. 김영호는 김준석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먹물아시죠. 준석은 바로 먹물이에요. 배울만치 배웠지만, 자신의 잇속을 체우는 인물이란 말이죠. 강하고 근엄한 척 하지만, 속으로 자기 영혼을 갉아먹어 안절부절하죠. 그러다가 마지막 돌파구로 연애를 시도하죠.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사랑을 이용하지만, 미워할 수 없어요. 마지막에 연희가 모델방을 나갈때 '그냥 갈려고' 하면서 붙잡는 걸 보면 참 아이쿠야 하고 싶죠."
20대에 소설 '오해'를 탈고한 김영호는 얼마전 감독 데뷔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시나리오 작업을 꾸준히 해온 그는 배역 준수가 시나리오 작가라는 것을 세세하게 표현해냈다. 시나리오의 구조를 잘 아는 김영호는 영화를 촬영할때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혔다. 이번에도 김영호는 대본에 없던 코믹코드를 집어내 영화의 재미를 살렸다. 촬영 중에 갑자기 선보이는 바람에 상대배우가 놀라 NG가 나기도 했다.
"대본을 읽어보니 코미디물 임에도 코믹코드가 적었어요. 그래서 감독과 상의해서 많이 집어 넣었죠. 그게 준석의 성격을 살리고 내용 전체의 활력소를 넣은 것 같았거든요. 다행히 감독님이 제 의견을 수용해주셨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니 다행이네요. 극중 천장에 머리를 부딧쳐 넘어지는 장면은 감독과 저 외에는 몰랐어요. 실제로 부딧치는 바람에 윤채희가 놀라서 '오빠'라고 외쳐 NG가 났죠."
김영호는 이번 작품에서 매끈한 몸을 보여준다. 달리기 등 혼자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난생처음으로 3개월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덕분에 그의 몸은 40대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섹시하다. 몸을 만든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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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형석기자 |
"원래 감독님은 아저씨 몸매를 원했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1만원이란 큰 돈을 내고 영화를 내려 오는데 그만한 값어치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제가 감독을 설득시켜 설정을 바꿨답니다. 몸무게를 17㎏을 뺐어요."
연기자는 계산형과 본능형이 있다. 계산형은 대본을 철저히 분석해 연기한다면, 본능형은 그 인물과 동화돼서 연기하는 타입이다. 김영호는 후자였다. 마음 가는대로 연기하며 즉흥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그의 영화는 묘하게 매력이 있다. 본인은 자신의 개성이 없다고 말했지만, 작품 속에 그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화관객수에 대한 욕심은 컸다. 그는 영화 관객수가 얼마 들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200만"이라고 답했다. "상 욕심 없다"는 그도 영화에 대한 욕심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