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충분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면 이처럼 비판 여론이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를 이윤창출의 수단이 아닌 동반자로 생각하는 한 회장의 경영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를 증명하듯 한 회장은 지난 9월 ‘따뜻한 금융’을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채택했다.
한 회장은 “신한은 지금까지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고 수익성만 챙기면서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식의 차가운 이미지가 강했다”며 “‘따뜻하게’라는 측면에서 고객과 사회의 소통이 좀 부족했던 것 아닌가 반성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1600억원을 지출했다. 이 때문에 ‘따뜻한 금융’이라는 화두가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러나 한 회장은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보다 금융을 통해 소비자를 이롭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따뜻한 금융의 본질은 현물 기부가 아닌 금융을 통해 소비자의 혜택을 늘리는 데 있다”며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영업점 평가지표 등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따뜻한 금융’ 실천을 위해 계열사별로 33개의 사업 과제를 선정했다.
신한은행은 경쟁력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상환 유예와 금리 우대, 신규 자금 지원, 경영 컨설팅, 출자 전환 등 맞춤형 지원을 실시키로 했다.
신한카드는 태풍·홍수 등 자연재해 피해 고객이 결제 금액의 상환을 3개월간 유예하거나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생명은 보험 가입자가 급작스레 사망한 경우 보험의 보상 내역을 상속인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해외펀드 가입자 중 손실을 본 고객이 엄브렐러펀드로 전환하면 선취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엄브렐러펀드는 성격이 다른 여러 하위 펀드를 두고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를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한 펀드다.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따뜻한 금융’은 거창한 구상이 아니다.
영업 일선에서 상품을 팔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단기적인 이익보다 소비자 입장에 서서 공익에 도움이 되는 쪽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한 회장과 신한금융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