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베이징점도 이미 자본잠식 상태"...출점 3년만에 수백억 빚더미

2011-11-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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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재천 홍성환 기자) 신동빈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에 이어 해외 2호점인 중국 베이징점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신 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실적 역시 매년 적자에 허덕일 정도로 악화된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서 번 돈 해외에서 낭비

롯데백화점 베이징점은 올해 상반기 14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출점 직후인 8~12월에만 무려 150억원 순손실을 입은 데 이어 2009년 345억원, 2010년에는 336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2008년 출점한 이래 4년 동안 적자를 본 셈이다.

부채는 출점 당시보다 160% 넘게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기업인 롯데쇼핑이 담보를 제공, 1억4000만위안(250억원)을 차입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럼에도 베이징점은 현재 이자도 갚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벌어드린 돈을 해외에 퍼붓는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자본잠식 상태까지 이르렀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8년 백화점 지분을 취득할 때 투자했던 238억원을 1년 만인 지난 2009년에 모두 까먹었다. 실제로 2009년말 이 회사의 지분평가액은 0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모회사인 롯데쇼핑은 2009년에 우리은행에서 베이징점에 대출해 준 7800만위안(139억원)에 대해 담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어 올해 4월에는 스탠더드차타드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7000만위안(125억원)에 대해 추가로 지급보증까지 섰다.

심지어 롯데쇼핑은 2009년 베이징점에 732만달러(83억원)을 빌려줬지만 현재는 이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받지 못한 미수이자는 총 87만달러(약 10억원)에 이를 정도다.

2011년 6월 말 현재 베이징점의 부채는 1076억원으로 출점 당시보다 165.58% 급증했다.

◆평일·주말 파리만 날리는 수준

이같은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무모한 출점 강행에 초점이 모아진다. 특히 주변 상권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이 신 회장 눈치 보기에만 급급, 무조건 출점부터 하고 보자는 경영진의 실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백화점 베이징점이 위치한 베이징 왕푸징거리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50미터 옆에 있는 중국백화점과 바로 옆 쇼핑몰은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고객보다 점원이 많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진 교민들의 전언이다.

현지의 한 교민은 "올해 지하를 선물매장으로 바꾸면서 지하와 1층에 손님이 약간 있지만 2층부터는 파리만 날린다"며 "4층의 생활용품 매장에는 고급스런 욕실제품, 인테리어장식들이 즐비하지만 구경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손님이 없고 종업원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관광 상권에서 백화점 지하에 식품관을 차려놨는데 식품을 사러 누가 관광지인 왕푸징까지 가겠느냐"며 "올해 백화점 대표를 중국인으로 교체하고 지하 매장을 선물코너로 부랴부랴 변경했지만 대응이 늦었다"고 꼬집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6월 중국 텐진점을 독자적으로 오픈했고 2012년부터 텐진 2호점·웨이하이점, 2013년 선양점 등 줄줄이 오픈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점과 베트남 하이노점도 출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동남아 등 해외진출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국내 자금이 쉽게 나가도 되는지, 해외 적자 계열사에 대출을 해준 국내 은행들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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