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문제의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문제를 두고 원내교섭권을 가진 민주당이 한미 FTA 협정 발효 이후 양국이 협의토록 하는 내용의 정부·여당의 절충안에 서명했기 때문.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31일 예정됐던 야5당 합동의총도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며 진통을 겪는 등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심야회동을 갖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ISD 문제를 논의한 결과 한미 FTA 발효 이후 3개월 이내에 ISD 유지 여부에 대해 양국 간 협의를 시작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한미 FTA 비준 처리를 두고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ISD 문제에서 잠정 합의를 이루면서 한미 FTA 비준안은 물리적 충돌없이 국회를 통과할 조건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민주당과 공동대응키로 한 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 등 야4당이 강력 반발하며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는 여-야 대결에서 야-야 대결로 새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민노당은 이날 당 의원들이 총출동,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의 절충안 서명에 강력 반발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 합의문은 사실상 야당과 시민사회가 요구해오던 핵심적 문제들을 완전히 빗겨간 누더기 합의문”이라며 “김진표 원내대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야당 대표들의 합의사항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동영 최고위원 등 지도부 상당수가 ISD 절충안에 대해 “이미 ISD가 협정에 포함돼 있는데 양국이 추가로 만난다고 달라지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가 한미 FTA 비준안을 늦어도 다음달 3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여당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당 비주류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특히 10·26 재보선 패배로 당 지도부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이 커진 상황이라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더욱이 야권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한미 FTA 비준안 문제를 독단적으로 처리하면서 야4당의 신뢰를 상실, 야권통합 논의의 주도권 상실은 물론 동력마저 떨어질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