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 후보였던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긴 했으나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당선된 만큼 여야 모두 향후 ‘입지확보’를 위한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는 모습이다.
◆ 與 ‘당쇄신’ 목소리 속 ‘계파분열’ 조짐
야권에 시장자리를 내주며 선거 패배의 충격에 휩싸인 한나라당은 당쇄신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분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쇄신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구체적 쇄신 방안 등 쇄신방향이 하나로 정리되지 못한 채 ‘표류’를 거듭하며 당내 계파별 이해득실에 따라 분열로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년 농사를 잘 지으려면 객토(客土·지력 향상을 위해 타 지역에서 흙이나 모래를 옮겨오는 일)를 하든 땅을 바꾸든 해야 한다”며 본격적으로 당 쇄신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선거 직후 ‘당 지도부 유지’론을 폈던 원희룡 최고위원 역시 지난 28일 “당을 해체하고 재구성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인적 쇄신에 있어서 지도부가 모범을 보여야 하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 사퇴 주장으로 돌아섰다.
‘왕의 남자’로 불리며 친이계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 의원과 당내 지도부 중 유일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원 최고위원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선 데는 ‘구주류’로 몰락한 친이계의 재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野 ‘통합’ 대명제 속 계파별 ‘결집’
민주당 등 야권은 시민사회단체가 정치권의 제3세력으로 부상하면서 ‘통합’이란 대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통합 과정서 벌어질 갈등을 염두한듯 각 계파별로는 더욱 결집력을 강화해나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치러진 11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홈그라운드인 전북에서만 승리를 했을 뿐 모두 패하자 당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를 추진해온 수도권 3선의 김부겸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 40대 원외 인사로 구성된 ‘혁신과 통합을 위한 새정치모임’은 ‘선(先) 혁신론’을 내세우고 있다. 새정치모임은 일단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총사퇴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당 지도부 총사퇴와 조기전대를 요구하는 것은 ‘대선 출마자의 경우 대선 1년 전 대표직 사퇴’란 당규로 손 대표의 대표직 사임을 조기에 끌어낼 명분이 있기 때문.
이를 두고 당 지도부는 ‘선(先) 통합론’에 무게를 두고 이달 중순까지 통합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민주당 내 잠룡인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도 원내외에 구축된 자기 세력을 세력 공고화하려는 모습이다.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지분 및 당내 공천개혁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돼,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몸풀기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