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 당선자의 민주당에 가입 보다는 '안철수 바람'을 입은 제3 정치신(新)당에 들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박원순 후보의 당선은 기존정치권의 퇴출명령이다. 안철수 신당이 뜨면서 기존의 시민사회도 안철수 신당에 흡수 될 수 있다"며 "박 당선자도 제3 신(新)당에 입당 할 수는 있지만 민주당 가입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박 당선자의 승리에 대해 '안철수 바람'으로 대변되는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 그리고 정치권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트위터 서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한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안철수 바람'에 기존정당 무너져
우선 보궐선거에 나설 야권 단일후보 선출시 야권의 정통성을 자랑해온 민주당의 조직력은 '안철수 바람' 앞에 무너졌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못 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민주당의 ‘존재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뒤로하고 박 당선자가 민주당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돌입을 앞뒀던 이달 초만 하더라도 당시 범야권 박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승부는 초박빙 접전 국면이 될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26일 개표결과는 예상 밖 이었다.
박 당선자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뒤 많게는 10% 포인트 이상, 적게는 5% 포인트 정도 앞서던 것이 선거 당일까지 이어졌다.
이는 정당인 박원순의 승리이기 보다는 시민후보 박원순의 승리라는 것.
◆ 유권자들 '정당'·'인물론'보다 '새 바람'
특히 SNS를 통해 유권자들을 상대로 박근혜 의원과 안철수 교수가 후보자들을 지지한 전후 변화를 조사한 결과, 박근혜 의원이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 후 나경원 후보를 지지했다는 유권자는 19.4%에 불과했다.
그러나 안철수 교수가 박 당선자를 지지한 후 박 당선자를 지지한 유권자는 조금 높은 28.6%였고 원래부터 지지한 유권자는 71.4%였다.
정당과 인물론을 뒤로하고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이 아닌 '새 인물'에 목말라 했던 것.
앞서 민주당은 보궐선거 전인 지난 6~7일 후보 등록 전에 박 변호사를 당에 입당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박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런 박 당선자가 이제와 당 가입을 강행할 이유도 없다.
이날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 연령층은 보수층 지지세력이 대다수인 50~60대 층이 주를 이뤘지만 박 당선자를 선택한 연령층은 20~30대는 물론 40대까지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남동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박 당선자가 앞섰다.
나 후보의 지역권인 북서권에서도 박 당선자가 앞선 것을 보면 현 정권에 염증을 느낀 지지층들이 여느 정당도 아닌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자력으로 얻은 표 아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박 당선자가 '자력으로 얻은 표가 아니다'라는 점을 들어 정당 가입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는 ‘안철수 효과’를 등에 업은 박 당선자가 향후 서울시장 자리에 앉은 후에도 지금과 같은 지지층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거다.
특히 공식선거 운동 초반 5%에 불과했던 박 후보의 지지율이 안 교수의 지지 선언 이후 50%까지 치솟은 것과 당시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휘둘렸다는 것은 박 후보 지지층의 결집력이 비교적 취약한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야권의 박 후보가 이처럼 집권여당의 나 후보에게 완승을 거둠에 따라 정치권은 격변에 휩싸일 전망이다. 또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문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시민사회는 진보 보수이기 때문에 안철수 신당 인기도 여부에 따라 각광을 받을 수도 있지만, 안철수 신당도 시민사회도 경고를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시민들이 왜 투표를 했는지를 정확히 들여다 봐여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