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진보세력 결집에 실패한 책임이 크고,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조차 못 내면서 범 야권 후보의 당락과 관계 없이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
때문에 당내에선 전국정당을 추구하던 주류 측과 호남지역 기반의 구주류, 새 권력으로 떠오른 시민사회·제야권 간에 분열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분당(分黨)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번 재보선과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선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와 인기를 잃었고, 대안 정당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며 시민사회단체가 민주당의 대체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민들이 정치 참여를 갈망하는데, 그 변화의 주체가 민주당이 아니라는 현실을 확인했다”며 “한나라당의 실정에만 기대어 내년 총선을 준비해온 것은 아닌가 자기반성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리더십을 문제 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호남지역 기반의 구주류와 시민사회·제야권 등으로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지분 다툼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손 대표의 리더십 실종이 구주류에겐 오히려 지분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당 지도부는 출범 초기 △전국정당 지향 △호남지역 물갈이 △중진의원 수도권 차출 등을 당 기조로 삼았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반대파 호남 기반 의원들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가장 큰 원외세력을 가진 정동영 최고위원과 중진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정세균 최고위원의 경우 손 대표와의 잠재적 대선 경쟁자이기 때문에 신·구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
또 당 대표직을 두고 친손계인 김부겸 의원과 호남 지지세가 견고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 간 대결이 예고돼 있어 당내 갈등은 더욱 격화할 조짐이다.
야권 통합을 두고도 민주당이 주도권을 뺏긴 점도 당 분열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번 범야권 박원순 후보의 야권연대 및 공동 선거운동에서도 민주당이 지원에 미온적으로 나서며, 사실상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끄는 ‘혁신과 통합’이 분위기를 리드했다.
때문에 당내에선 현 지도부를 비판하는 의견과, 오히려 다행이라는 입장이 상존하며 당내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모습이다.
이이 따라 내부에선 당의 권력관계를 조율할 대안으로 문 이사장 영입을 주장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야권 통합의 첨병이자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른 문 이사장의 리더십을 통해 야권 통합을 주도, 내년 총·대선 정국을 맞겠다는 의도에서다.
지난 3일 손 대표가 전날 열린 서울시장 후보 야권 통합 경선에서 같은 당 박영선 후보가 시민사회 박원순 후보에 패하자 대표직 사퇴란 악수를 둔 것도 이 같은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