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계열사 경영진 및 임원인사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사령탑에 오른 것 외에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유임됐다.
하지만 올해는 전자·IT계열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단행된 만큼 정기임원인사 폭도 예년과 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계열사별로 실적이 엇갈리고 있어 인화경영을 고수하는 LG의 색깔이 이번에도 유지될 지도 관심사다.
◆전자·IT계열사 실적 '암울'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0.3% 증가에 그쳤던 LG전자의 상황은 올해에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평판TV가 주력인 HE(Home Entertainment)를 제외한 전 사업 부분에 걸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태다.
상반기 계절적 영향으로 판매가 강화됐던 에어컨 등 AE사업부의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도 3분기부터는 불거질 전망이다. LG전자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휴대폰 부문 적자 기조에도 변함이 없다.
LG전자 의존도가 높은 LG이노텍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올 3분기 실적은 115억 적자가 예상된다. 특히 전분기 250억 적자를 기록한 LED 부문은 300억원 가량의 큰 적자폭을 보일 전망이다.
김운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LG전자 의존도는 2~3년 전에 비해 20~30% 가까이 낮아진 편이지만, 제1거래선인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얽혀 있기 때문에 LG전자의 부진은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올 3분기에만 5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도 글로벌 경기불안으로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전자계열사 '어닝 서프라이즈'
반면 비전가계열사들은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LG하우시스 지난 19일 올 3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8.3%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62.8%, 64.2% 늘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수준이다.
LG화학은 다음날인 20일 3분기에 매출액 5조8859억원, 영업이익은 7243억원, 순이익은 5116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7.2%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0%와 14.6% 줄었다. 비록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줄었지만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LG, 인화경영 버리나
LG는 지난해 주요 계열사 경영진 및 임원인사에서 달리 소폭 인사를 단행하며 특유의 인화경영을 고수했다. 오너 3세를 경영일선에 배치하며 세대교체를 외친 삼성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LG전자의 임원 인사도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주요 전자계열사들은 지난해 각각 39명, 19명, 7명 규모의 소폭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전자계열사들이 임원인사에 앞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연말정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LG전자 고위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인사 담당자들로부터 인사발령에 대해 대략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엄두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무겁다”며 “실적이 좋지 않은 부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