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0일 “스스로 배당을 억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당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을 줄여 배당성향을 낮추는 방식으로 추진되며 일단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기준을 손질한다는 설명이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채권이 부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비용을 말한다. 대손준비금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줄어든 대손충당금을 보완하는 성격이다.
금감원은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대손준비금의 적립 기준도 높이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충당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는 대신 당기순이익은 감소한다. 이와 더불어 당기순이익에서 준비금을 더 많이 챙겨놓도록 함으로써 배당 재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충당금·준비금의 적립기준 운용 실태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올해 안에 준비금 적립기준을 고쳐 필요하면 감독규정이나 시행세칙에 반영하고 새로운 충당금 적립기준도 은행들이 내규에 반영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이는 은행들의 올 연간 실적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적립기준의 상향 조정으로 은행들의 배당은 상당폭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당국의 압박에도 은행들이 내년 초 이사회에서 고배당을 강행하면 추가로 더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겠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위기에 대비하는 추가자본을 쌓도록 요구하거나 고배당 은행 임원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제여건 악화에 대비해 내부유보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취지지, 배당만 제한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며 “구체적인 방법은 은행들의 배당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권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외환은행이 68.51%, 4대 은행지주사 가운데 KB금융(46.61%), 신한지주(24.62%), 우리금융(16.86%)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치인 16.25%를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