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부총리는 중국 차기 주석으로 유력시되는 시진핑 부주석과 함게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멤버로 중 지도부의 '넘버 투'로 꼽힌다.
그의 이번 남북한 순차 방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모두 만날 것으로 알려져 남북 정상 사이에서 모종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리 부총리의 이번 방문을 두고 양쪽으로부터 모두 초청을 받은 상황에서 어느 한 쪽만 방문하는 형식을 피하고 ‘등거리’를 유지하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포석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즉 중국 특유의 '균형외교'정책기조를 반영한다는 것.
주목할 점은 리 부총리의 이번 남북 순차 방문이 갖는 성격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방문의 성격 자체가 고위급 정례교류 차원이어서 리 부총리가 한반도 정세운용과 관련한 예민한 현안을 다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리 부총리가 차기 총리로 거론될 정도로 정치적 위상이 크고 남북 정상을 모두 예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남북한 순차방문을 가볍게 보기는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중국은 남북한 관계개선과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재역’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 부총리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 관계자에 따르면 리 부총리는 23∼25일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예방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강석주 외교담당 부총리 등을 만난다. 그는 이어 잠시 베이징에 들렀다가 26∼27일 서울로 와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국회의장, 김황식 국무총리를 잇따라 예방할 예정이다.
외교소식통은 19일 "리 부총리의 남북한 방문이 서로 연계된 것은 아니지만 방문 일정의 흐름으로 볼 때 남북 정상의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가 이미 대화국면에 진입해있고 남북도 유연성을 발휘해보려는 기류라는 점에서 중국의 중재역할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직계로 평가받는 리 부총리는 오랜 기간 지방근무를 해온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으로 차기 총리 또는 차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리 부총리는 2005년 9월 랴오닝성 당서기 재임 때 방한한 바 있으며 이번 방한은 2008년 부총리 취임 이후 첫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