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루 더 그린> 머리 좋은 사람이 골프도 잘 한다

2011-10-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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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니 역발상 본보기…우즈·히메네스·하스도 기발한 공략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LPGA 하나은행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열린 9일 스카이72GC 오션코스 13번홀. 최나연과 청야니가 1타차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이 홀은 길이 500야드 안팎의 파5홀. 오른쪽은 워터해저드이고 개울이 코스를 가로질러 웬만한 선수들은 ‘2온’이 힘들다. 티잉그라운드에 오른 청야니는 이 홀 대신 인접한 14번홀(파4)을 향해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볼은 14번홀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평소엔 두 홀 사이에 OB말뚝이 있었으나 대회 때는 뽑았다. 그처럼 공략해도 문제가 없는 것. 청야니는 그 곳에서 220야드를 남기고 두 번째 샷을 13번홀 그린에 올려 버디를 잡았다.

“연습라운드 때 캐디와 그런 공략을 상의했다. 정상적인 티샷을 하면 230야드가 남지만, 14번홀로 칠 경우 물을 넘기는데 200야드, 그린까지는 220야드가 남아 유리하다.그래서 과감하게 14번홀을 향해 티샷했다.” 청야니는 이렇게 설명했지만 최나연은 “전혀 생각지 못한 공략이었다”고 놀랐다.

대회 때에는 코스내 불필요한 말뚝을 제거한다. 장애물을 피하거나 최단거리를 택하기 위해 인접홀로 공략하는 것이 가능한 것. 메그 맬런도 ‘단타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US여자오픈에서 이같은 공략을 한 적이 있다. 타이거 우즈는 2002뷰익인비테이셔널 때 볼이 나무 뒤에 멈추자 그린공략 앵글이 좋은 인접홀 페어웨이로 쳐내 파를 기록했다.

골프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경기다.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승률도 높아진다.

◆기상천외한 공략
미겔 앙헬 히메네스는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에서 열린 2010브리티시오픈 때 기발한 공략법을 선보였다. 17번홀 어프로치샷이 그린 뒤 담장 앞에 멈춘 것. 정상 스윙으로는 그린을 향해 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그는 그린을 등지고 서 담장을 향해 샷을 했다. 볼을 담장에 바운스시켜 그린으로 보내려는 전략이었던 것. 톰 왓슨도 그 코스 18번홀에서 비슷한 공략을 한 적이 있다.

호주의 중견프로 피터 오말리는 짧은 퍼트가 자주 빗나가자 마지막 수를 썼다. 2m가 안되는 쇼트퍼트 땐 아예 눈을 감고 스트로크하는 것이다. 헤드 업을 막고, ‘입스’(yips)도 탈출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 때문인지 오말리는 연초 호주투어 뉴사우스웨일스오픈에서 5년만에 처음 우승했다. 그는 “눈을 감으면 더 견실하게 스트로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반면 최나연은 올해 HSBC위민스챔피언스 2라운드 때 ‘상상력 부재'를 드러냈다. 볼이 그린 왼쪽 워터해저드쪽으로 날아갔다.볼은 해저드 안 작은 바위 아래에 멈췄다. 오른손잡이가 치기엔 약 30cm 옆의 바위가 걸림돌이 됐지만,최나연은 웨지를 짧게 잡고 스윙을 강행했다.그러나 클럽은 볼을 맞히지 못한 채 허공만 갈랐다. 그는 더블보기를 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바위를 향해 샷을 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규칙을 알면 1타 세이브한다
1999년 미국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 일어난 일. 우즈의 볼이 작은 바위 앞 60㎝지점에 멈췄다. 그린을 향해 샷을 할 수 없었다. 우즈의 뇌리에 ‘루스 임페디먼트’라는 단어가 스쳤다. 루스 임페디먼트는 크기나 무게에 대한 규정은 없다. 생장하지 않고 고정돼 있지 않으며 땅에 단단히 박혀있지 않으면 된다. 그 바윗돌은 성인 몇 명이 굴리면 움직일 듯했다.우즈는 경기위원에게 “저 바윗돌은 좀 크지만 루스 임페디먼트가 아니냐.치우고 샷을 하겠다”고 말한뒤 갤러리 7∼8명의 힘을 빌려 바윗돌을 치우고 샷을 했다. 우즈다운 기지다.

루카스 글로버는 올해 웰스파고챔피언십 때 티샷이 경사면에 멈췄다. 까딱 잘못하면 볼이 움직일 수 있을 성싶어 어드레스를 미루고 있었는데 볼이 저절로 굴러 내려갔다. 그는 ‘어드레스 전’이었기 때문에 벌타를 받지 않았고, 볼이 멈춘 곳에서 다음샷을 했다. 영악한 플레이였다.

◆샷·클럽구성도 고정관념 탈피를
빌 하스는 지난달 미PGA 투어챔피언십에서 물에 반쯤 잠긴 볼을 쳐 우승했다. ‘장타자’ 버바 왓슨은 올해초 하와이에서 열린 대회에서 세컨드샷을 드라이버로 기막히게 쳐 ‘올해의 샷’ 후보에 올랐다. 신지애는 최근 한화금융클래식때 턱이 낮은 벙커에서 퍼터로 샷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골퍼들로서는 할 수 없는 샷이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올 마스터스 때 하이브리드 클럽을 네 개씩 들고나갔다. 세계 톱랭커의 클럽구성 치고는 이색적이었다. 필 미켈슨과 파드리그 해링턴은 드라이버를 두 개 갖고 나가 코스나 바람에 따라 번갈아치기도 했다. 역시 ‘스테레오 타입’에서 탈피한 클럽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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