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수출입은행이 내년 외화 조달 규모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100억 달러로 책정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정책금융 지원을 위한 실탄을 충분히 확보해 놓겠다는 취지다.
올해 수출입은행이 조달한 외화 자금은 80억 달러로 100억 달러를 맞추기 위해서는 20억 달러를 추가로 차입해야 한다.
김 행장은 “추가 차입하는 외화의 상당 부분은 일본계 자금이 될 것”이라며 “해당 은행들과 협의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자금 조달 창구를 중동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는 “이슬람권 은행들과 업무제휴를 위한 협약 체결을 추진 중이며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것”이라며 “1970년대부터 중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덕에 수출입은행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내년에도 외화 자금 차입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행장은 “지난달 글로벌 본드 방식으로 10억 달러를 조달할 때 적용됐던 스프레드(가산금리)가 2.40%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3.40%까지 치솟았다”며 “상황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 모두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외에 일본 등 아시아와 중동 지역 네트워크 확보에 힘을 쏟는 이유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마루베니·미쓰이·미쓰비시 등 일본 내 3개 종합상사와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조만간 스미토모와도 협약을 맺기로 했다.
이슬람개발은행과 리야드은행 등 중동계 은행과도 업무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지난 녹색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 2월 취임 일성으로 ‘녹색 전문 금융기관’을 제시한 후 올해 녹색산업 금융지원 목표액 3조8000억원 가운데 이미 3조원 이상을 지원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며 “오는 2020년까지 전체 금융지원액 중 녹색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36%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녹색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지난해 ‘그린 파이오니어 프로그램(GPP)’을 개발했다.
GPP 프로그램은 사업개발 및 자문, 복합금융 등을 통해 해외 녹색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는 ‘그린 플랜트’와 맞춤형 금융지원을 통해 녹색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그린 챔피언’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규모를 아프리카의 경우 18%에서 20%로, 중남미는 8%에서 10%로 늘렸다.
이 지역에서 발주되는 녹색산업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을 참여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김 행장은 투자은행(IB) 기능 강화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지난 35년 동안 쌓은 정책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금융주선 및 금융자문 분야에서 충분히 IB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10여명 수준인 금융자문실 인원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 행장은 이어 “국내 금융회사도 해외에서 통할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며 “지난달 글로벌 본드 발행 과정에 우리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참여시킨 것이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사업에 국내 은행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김 행장 취임 이후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기존 행명이 변화된 위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행명 변경을 검토 중이다.
현재로서는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와 유사한 한국국제협력은행(KBIC)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김 행장은 “법을 손대지 않고도 정관 변경 등을 통해 행명을 바꿀 수 있다”며 “KBIC는 ‘빅(BIC)’이 ‘크다(BIG)’와 발음이 같아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