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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희.거미여인 아라크네. |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그리스 신화속 '아라크네'(Arachne)’를 아는가. 베 짜는 솜씨가 뛰어났지만 여신 아테나의 질투로 평생 뱃속에서 줄을 뽑아 거미줄을 짓는 벌을 받은 거미 여인. 그녀는 어떻게 됐을까.
도예작가 손정희(37)가 '거미 여인'을 섹시함과 당당함으로 재탄생시켰다.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는 갤러리 2층의 두터운 장막을 걷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온통 거미줄 세상이다.
‘쿵쿵’ 심장박동 같은 배경음악과 곳곳에 설치된 조명을 받은 거미줄이 빛난다. 존재감에 놀라 천장을 바라보면 공중에 매달려 거미줄을 잣고 있는 여인이 보인다. 바로 '아라크네'다
선탠한 듯 구리빛 몸매의 아라크네, 건강한 여성의 모습으로 온통 거미줄 세상을 만들어 놓은 그녀, 고통의 삶속에서도 자유롭고 우아하게 '적응' 했다.
작가는 '거미 여인'처럼 포기하지 않았다. 현대판 아라크네를 위해 흙을 빚어 신체를 여러 부위로 나눠 4,5회 이상 굽고 또 구웠다. 유약도 수없이 칠했다. 또 굵고 가는 실을 일일이 꼬아 긴 거미줄을 만들어 '거미여인'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어린 세 자녀를 키우며 공이 많이가는 까다로운 도자 작업을 놓지않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일까. 그는 한나라당 홍정욱의원의 부인으로 더 알려져있다.
2년만에 여는 이번 전시는 '적응’이라는 의미의 이번 전시명처럼 삶을 살아가며 상황에 적응해가는 인간의 모습, 특히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도예 작품을 선보인다.
아라크네 이외에도 머리카락이 꿈틀대는 뱀으로 변한 ‘길들여진 메두사’, 하나의 신체에 남성과 여성의 성징을 함께 가진 ‘Hermaphrodite(암수한몸)’, 곰에서 여인으로 변한 ‘웅녀’ 등 고대 신화 속 인물들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도 선보인다.
작가는 미국 버나드칼리지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뒤 뉴욕 화랑가에서 아트딜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전시는 31일까지. (02)391-9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