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제9회 대상 수상자로 러시아 현대 작가의 거봉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파질 이스칸데르(82)가 선정됐다.
이스칸데르는 3일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아트리움 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장편 서사 소설 '체겜 출신의 산드로'로 현대 문학을 빛낸 탁월한 문학 작품에 주어지는 '모던 클래식상(대상)'을 수상했다. 모던 클래식 상은 2000년 이전 발표된 작품 가운데서 선정된다.
이스칸데르는 이날 부상으로 90만 루블(약 3천3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러시아 남부 캅카스의 산악 지역인 압하지야 체겜 출신의 나이든 주인공 '산드로'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자연적 삶을 그린 '체겜 출신의 산드로'는 1979년 미국에서 먼저 출간되고 10년 뒤에야 러시아에서 다시 출판된 작품이다.
스스로 압하지야 태생 작가인 이스칸데르는 소련 시절 소수 민족 작가로 탄압을 받기도 했으나, '코즐라투르 성좌(星座)', '시인', '수탉' 등의 걸작으로 21세기 러시아 최고 작가 반열에 오른 거장이다.
한편 2000년 대 이후 들어 작품 활동이 두드러진 작가에게 주는 '21세기상(신인상)'은 발트 3국의 하나인 라트비아 출신 작가로 미국에서 러시아어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옐레나 카티쇼녹에게 돌아갔다.
1991년 미국으로 망명해 보스턴에서 살고 있는 옐레나는 제1차 대전과 사회주의 혁명, 제2차 세계 대전 등 격동의 시기를 겪은 러시아 정교 신자 가족의 삶을 다룬 소설 '노인이 노파와 함께 살았네'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인이 노파와...'도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뒤 2009년 모스크바에서 다시 출판됐다. 옐레나는 부상으로 75만 루블의 상금을 받았다.
2003년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러시아법인이 제정한 톨스토이 문학상은 영국이 후원하는 맨 부커상, 솔제니친 문학상 등과 함께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안드레이 부시긴 러시아 문화부 차관과 19세기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증손자이자 톨스토이 문학상 심사위원장인 블라디미르 톨스토이, 양민종 주러 한국문화원 원장을 비롯한 문학 및 문화계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