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경기 수축과 외환시장 불안 탓에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나쁘다며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전체적으로 악화해 과거 금융위기보다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내놓은 주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5개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IFRS)는 최근 두 달 동안 104조7370억원에서 97조4696억원으로 6.9% 줄었다.
미국 이중침체(더블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그리스 국가부도 위험이 높아진 8월 초부터 벌어진 일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IT업종을 집계대상 10개 상장사의 내년 실적 전망치는 7월말 25조2164억원에서 9월말 22조7832억원으로 9.6% 급감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8조1175억원에서 17조868억원으로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가 6331억원으로 37.6%, 하이닉스가 1조4286억원으로 29.9% 각각 추락했다.
화학업종에선 LG화학이 3조6855억원으로 4.0%, OCI가 1조4972억원으로 10.5% 각각 줄었고, 조선업종에선 현대중공업이 4조7307억원으로 7.8%, 철강 업종에서는 포스코가 6조8462억원으로 2.4% 감소했다. 정유업종에선 SK이노베이션이 3조4275억원으로 12.4%의 감소율을 각각 나타냈다.
자동차 업종도 전망이 그리 밝지 못했다. 현대차는 8조9154억원으로 0.1%, 기아차는 4조2301억원으로 0.3% 각각 줄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일부 건설회사와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등 필수소비재 업체의 실적 추정치는 2.0~5.0%씩 상향 조정됐지만, 다른 업종들의 타격이 워낙 커서 전체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더욱 부정적인 것은 실적 전망에 관한 심리를 나타내는 이익수정비율이 마이너스(-)라는 점이다. 즉,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한 때 50%에 육박하기도 했던 내년 MSCI Korea 이익수정비율은 지난달 22일 현재 -8.0%로 추락했다.
이익수정비율은 주당순이익(EPS) 예상치의 상향조정 건수에서 하향조정 건수를 뺀 뒤 전체 조정건수로 나눠 구한 백분율이다. 이 비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어두워 EPS 하향조정이 상향조정보다 많다는 뜻이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3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나면 기업들이 자체 실적 예상치(가이던스)를 내놓을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증권사들이 내년 추정치를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래 가치를 먼저 반영하는 증권시장 속성상 내년 실적 추정치의 추세적인 하향 조정은 주가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의 재료는 순간적이지만 펀더멘털은 오래가기 때문에 주가가 하향 평준화해 옆으로 기어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