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 4개국의 국채 만기 규모는 952억유로(152조원)에 달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점도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4개국이 발행한 국채 952억유로의 만기가 10월에 돌아온다.
프랑스의 만기 금액 518억유로(80조원)는 위기설을 촉발한 이탈리아의 9월 만기액 390억유로(60조원)보다 훨씬 많다.
스페인은 프랑스의 절반 수준인 241억유로(38조원)의 만기가 돌아오지만,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스페인의 부채 대비 만기 비율이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거론된다.
무디스는 다음달 스페인에 대한 등급 조정 여부를 발표한다. 지난 7월 스페인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린 바 있다.
무디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무디스의 이탈리아 신용등급이 S&P와 피치보다 한 단계 높다.
신한금융투자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의 디폴트 사태는 일단 막은 것 같다. 그러나 이를 해결해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에서 신용등급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국내 변수도 신통치 않다.
3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지만, 기대치는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114개사의 국
제회계기준(IFRS)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두 달 만에 10% 가까이 급감했다.
이달 말에 나올 8월 선행종합지수나 다음달 초에 나오는 9월 무역수지 등 거시지표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의 조짐도 수상하다.
템플턴 등 외국계 큰 손이 국고채를 팔고서 채권시장의 불안심리가 확대됐다.
국채선물시장에서는 이미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이뤄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5일 이후로만 3조7천900억원 규모의 국채선물을 순매도했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는 더 세질 수 있다. 그 파급 효과는 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시장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