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수도권 집값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이번엔 정말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부동산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이 같은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의 실질 주택가격이 1986년 이후 다섯 차례의 순환 변동을 마치고, 여섯번째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최근 5달(4~8월)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은 -0.01~-0.07%로 전년 동기 -0.32~-0.51%에 비해 낙폭이 크게 줄었다.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수요자들의 매매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아파트 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거래량은 3월 5만9142건으로 최대치를 보인 이후 5월 4만8077건, 8월 3만4049건 등 줄곧 4만건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중 최대 거래량은 3월 4만6474가구를 비롯해 대부분 3만건대에 머물렀다.
현지에서는 서울 및 수도권의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매매전환 수요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산본, 평촌, 평택 등에서는 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주일만에 500만~1000만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분양 아파트도 꾸준히 해소되며 분양시장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8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8593가구로 5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규분양이 전월보다 93%나 증가했는데도 미분양이 감소한 것은 고무적인 것으로 업계는 평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바닥으로 인식되더라도 곧 반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형주택 일부에 대해서만 바닥론이 적용가능하다는 평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부분적으로는 바닥이지만 완전한 바닥인지는 모르겠다”면서 “소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도권 및 도심 소형주택들은 바닥을 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다른 중대형 평형대는 아직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부동산1번지 채훈식 실장도 “최근에는 소형평형만 오르는 양상인데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기 위해선 강남 재건축시장과 중대형도 같이 올라야 한다”며 집값 바닥설를 일축했다.
부동산 시장이 올 연말이나 본격 선거를 치르는 내년이 돼야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함 실장은 ”내년 상반기 입주량이 많지 않은 데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개발 공약 등이 작용해 운신의 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득세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반등을 위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채 실장은 ”DTI가 묶여 있기 때문에 금융규제를 풀지 않는 한 박스권 안에서만 움직인다“며 ”대출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