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1/10/04/20111004000050_0.jpg)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중국 국무원 위생부 부장인 천주(陣竺)는 프랑스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한 혈액전문의다. 1995년 중국과학원으로부터 원사(院士, 최고 과학자에게 국가가 부여하는 호칭) 칭호를 받았다.
천주의 집안은 중국에서 내노라하는 의사집안이다. 그의 부친 천자룬(陳家倫)은 중국 내분비계 최고 전문가로, 중화의학회 내분비분회 주임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상하이시내분비연구소 명예소장, 루이진(瑞金)병원 종신교수로 일하고 있다. 천주의 모친 쉬만인(許曼音) 역시 중국 내분비 전문가다. 쉬만인은 ‘‘전국 내분비 연수반’의 주요 발기인이며 내분비대사 전문의 약 600명을 길러냈다. 천주의 아내 천싸이쥐안(陳賽娟)도 중국공정원 원사로 백혈병 연구분야 권위자다.
1953년 8월 상하이에서 태어난 천주는 열여섯살때인 1969년 장시(江西)성으로 하방당해 5년간 농촌에서 농민으로 살았다.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낮에는 밭일을 하고 밤에는 등잔불을 켜놓고 의학을 공부했다. 1975년 천주는 상라오(上饒)위생학교에 입학했다. 1978년 그는 전문학과 성적 1위로 상하이 제2의학원의 혈액병 전문가인 왕전이(王振義) 교수의 석사 연구생으로 들어갔다. 그 해 왕 교수는 연구생을 2명만 뽑았는데 다른 한 명이 바로 지금 천주의 아내인 천싸이쥐안(陳賽娟)이다. 천싸이쥐안도 1994년 중국공정원 원사로 추대됐다.
1984년 기회가 생겨 프랑스 유학을 떠난 천주는 1989년 파리 생루이병원 부속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에서 의사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조국의 과학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며 귀국을 택했다.
귀국후 그는 상하이 제2의과대학 부속 루이진병원에서 내과 주치의를 지냈다. 이 기간동안 상해혈액학연구소 소장, 국가인류유전자팀 남뱡연구센터 주임등을 역임하며 20여 개 국가중점과학기술프로젝트를 맡았다.
2000년 중국과학원 부원장에 발탁된 천주는 국제협력국과 바이오기술국을 담당했다. 과학기술 국제협력 분야에서 보인 그의 출중한 능력은 널리 인정을 받았다. 중국과학원에서 26년 근무한 국제협력국 차오진화(曺金華) 부국장은 “천주는 보기 드문 거시적인 전략가”라며 “혁신형 인재, 전략 과학자”라고 평가했다. 또한 “영어와 불어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이 점은 그의 정책 결정이나 세계 인식, 중국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천주는 부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중국과학원 광저우(廣州) 바이오의약/건강연구원 건립을 추진했고 톈진(天津)에 바이오에너지기지, 상하이에 중국과학원 상하이생명과학연구원과 상하이 제2의과대학의 생명과학원 공동 설립을 추진했다.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SARS•사스)가 전 중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2003년을 경험한 천주는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을 중국에 세우는 게 꿈"이라며 "21명 원사의 연명 보고서를 국무원에 제출하여 이 일 추진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천주는 "20년 넘게 개혁개방을 추진해오면서 과학기술 개혁과 발전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직 중국 과학기술체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전제한 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과학발전관을 강조하고 있으니 이에 맞춰 중국의 건강과학 분야를 개혁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는 2007년 가오창(高强)의 후임 위생부장에 임명됐다. 현재 의료개혁이나 의료보험확대 같은 문제는 위생부 상무부부장이면서 경제학 박사출신인 장마오(張茅)가 도맡고 있으며, 의학기술 발전이나 연구확대, 질병관리 등은 천주가 주관하고 있다.
그는 공산당원이 아닐 뿐더러 정치인 출신도 아니다. 때문에 상당히 서민적이면서 소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9년 중국이 신종플루 백신을 자체 개발해 임상실험을 진행하자 중국 인민들은 피실험자로 나서길 꺼려했다. 급기야 천주 위생부장이 나서 백신을 접종받는 시범을 보였으며, 프랑스 의학박사 출신에 저명한 의사집안 출신인 천주의 접종에 사람들은 안심하고 백신을 투여받았다.
또한 2009년 11월에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식당에서 100 위안 어치만 시키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도 식당 주인이 권하는 대로 먹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백 위안이 나가게 된다“며 ”현재 중국의 의료계에서는 식당 주인이 일방적으로 권하는 음식을 먹다 손님이 바가지를 쓰는 현상이 비일비재“라며 중국 병원들의 바가지 진료비 관행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