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 전세난, 바로 알고 진단하자-하> 꼼짝 않는 매매대기수요

2011-09-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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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자가거주비율> 자료 통계청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 2007년 말 서울 방배동에 아파트를 산 김모씨. 투자를 위해 대출 40%를 받아 집을 장만했지만 이자 부담이 커 그 집은 전세를 주고 자신과 가족은 강북 노원구 소형빌라를 얻어 이사했다. 집을 산지 4년차가 된 김씨는 얼마전 임대 놓은 방배동 집을 전세에서 월세로 돌렸다. 월세전환율(전세를 월세로 돌릴 경우 수익률)이 높아져 김씨는 대출이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무주택자로 지낸지 10년이 넘은 30대 후반의 이모씨. 대기업을 다니는 그는 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집을 사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계속 침체되고 있는데다 집을 살 경우 되팔기도 어려워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세시장이 지난해부터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된 이유는 전반적으로 매매를 기피하는 분위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투자 개념으로 집을 산 이들이 전월셋값을 크게 올려받고 있는 것도 전세난을 부추긴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가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0년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인 자가보유율은 61.3%에 머물고 있다. 5년전인 2005년과 비교하면 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그 사이 집을 팔고 산 사람은 많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집을 새로 장만한 사람은 1%밖에 늘지 않았다는 얘기다. 주택보급률은 101.9%로 5년전에 비해 3.6%포인트나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자가거주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자가거주율은 54.2%로 5년전(55.6%)에 비해 2.4%포인트 줄었다. 집을 소유했지만 자신의 집은 세를 주고 자신과 가족들은 다른 곳에 집을 구해 세를 산다는 얘기다.

자녀교육이나 직장 문제로 이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도 자가거주율이 줄어든 이유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부동산 투자수요가 급증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타지에 주택을 소유한 비율은 15.5%로 2005년에 비해 4.2%포인트나 증가했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당시 집값의 50% 가까이 대출 받아 집을 샀던 투자자들은 부동산 하락기가 오자 집값은 떨어지는 데 집은 팔리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명 하우스푸어(House Poor) 얘기다.

이들은 대출이자 부담에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고 저렴한 전월세로 이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오르는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전셋값을 올려받고 있는 부분이다.

결국 내집 마련시기를 미루거나 자신의 집을 두고도 다른 곳에서 전세를 사는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부터 나타난 전세난 광풍의 주요 원인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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