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에 따르면 로버트 졸릭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로존 위기가 불거지고 미국이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겪은 지난달 이후 선진국의 주식시장은 타격을 입었고 자본 유입은 둔화됐다"면서 "8월 상황은 (유로존의 위기가) 신흥권으로 이미 전이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번 발언은 이번주 워싱턴에서 잇따라 열리는 주요 20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장 회동과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가을 연차총회를 앞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졸릭 총재는 선진국들의 부채 위기 심화로 인한 투자자 신뢰 하락의 여파가 개도국에까지 미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협력적 조치'를 촉구했다.
졸릭 총재는 "새롭고 더 커진 위험이 어렴풋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장이 주저앉고 기업들의 신뢰가 추락하면 이것이 개도국의 투자와 소비도 위축시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졸릭은 따라서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나타난 신뢰 추락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권의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본격적으로) 전이되기 시작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향후 몇달 관련 지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개도 및 신흥권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회생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이들의 성장마저 둔화될 경우 가뜩이나 흔들리는 세계 경제가 더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졸릭은 경제적 압박 증가하면서 무역 보호주의 추세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식품가격 상승이 개도국들에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도 우려했다. 글로벌 식품가격은 최근 1년새 26% 상승하면서 식량대란이 일어났던 지난 2008년 고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그는 유로존이 위기를 타개할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로존은 유동성 뿐 아니라 채무와 은행 안정성과 경쟁력까지 포함해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졸릭은 "유럽, 일본 및 미국이 그들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면서 "일부 선진국 관계자들은 이를 '우리 문제'라고 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졸릭은 지난 16일 열린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도중 가진 회견에서도 유로존 위기가 신흥국 등 외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