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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 건설부동산부 차장 |
아이들 교육문제로 2년전 분당으로 이사를 간 이 친구 가족은 계약기간을 한 달 남겨두고 집 주인이 9000만원을 추가로 올려줄 것을 요구해 이사를 갈지 재계약을 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을 해왔다.
오른 전셋값을 얹어주고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붓고 있는 적금통장을 깨야하고, 절반 이상은 전세대출로 메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전세금에 맞춰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자니 아이들 교육문제가 걸린다.
결국 이 친구의 가족은 일단 전세난을 피해 반보증부 월세 형태로 잠깐 이사를 했다가 내년에 다시 분당으로 재입성하자는 계획을 짰다. 물론 전셋값이 지금처럼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구상한 시나리오라고 친구는 설명했다.
더구나 위례신도시나 보금자리주택 등 앞으로 투자가치가 높고 저렴한 주택이 나오면 분양을 받기 위해 청약통장을 아껴온 터라 어떻게든 전월세로 버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친구의 시나리오대로 최근 한풀 꺾인 전세난이 내년에도 안정될까? 여기에 속시원한 해답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몇가지 수치들을 토대로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전세시장도 불안하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우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핑계로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을 계속 줄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주택공급은 입주시기를 맞은 2010년부터 신규입주아파트 부족 문제로 이어졌다. 결국 전세물량 부족, 전셋값 급등 현상을 불러왔다.
주택공급 부족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전체 주택건설실적을 연도별로 보면 2007년 55만5792가구에서 2008년에는 37만1285가구, 2009년 38만1787가구, 2010년 38만6542가구였다. 2000년대 초중반 평균 40만호 중후반대에 훨씬 못미친다.
올해는 도시형생활주택이 대거 늘어 상반기 17만6000가구로 증가했지만 아파트는 거의 늘지 않아 2~3년후에도 입주물량 부족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신규 입주물량 부족도 전세난을 부추긴다. 올 한해 입주물량이 19만4000여 가구로 지난해 29만7000여 가구의 65% 수준에 머무른데 이어 내년에는 15만9000여 가구, 내후년에는 12만여 가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1~2인 주택이 늘더라도 소형 아파트 부족현상으로 전세시장 불안현상은 쉽게 수그러들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 가족을 이루고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장만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던 30~40대. 이들 중에 유주택자이길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가장 즐겁고 중요한 일로 여기고,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어서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