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릭 "유럽, 신흥국 의존 말고 근본적 결단 내려야"

2011-09-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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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 통치약은 없어…신흥국 성장세 타격" 경고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이 중국과 브라질 등 현금이 풍부한 신흥국들의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사태 수습을 위한 근본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졸릭 총재는 지난 16일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도중 가진 회견에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재정위기에 대해 "완전한 해결책도, 만병통치약도 없다"며 "아무리 큰 돈가방도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럽의 결단을 촉구했다.

유럽 관료들은 그간 수조 달러 규모의 외환 보유액을 갖고 있는 브라질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재정위기국들의 국채를 사줄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어왔다. 이들 국채는 수익률이 급등해 시장에서는 정상적인 거래가 어려운 상태다.

특히 브라질이 최근 이번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회의에서 유로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중국도 최근 무역 부문에서 양보를 받는 조건으로 유로존에 대한 재정 지원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브릭스의 공동 지원 구상에 대해 "흥미있는 진전"이라고 관심을 표명했다.

졸릭은 그러나 신흥국들의 지원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며 유럽 정책자들은 더 강력한 재정동맹을 구성하든, 취약한 국가를 방치한 데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든 근본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정확히 유로존의 붕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역시 가능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등 5개 중앙은행이 공조해 유로존 은행들에 유동성을 투입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졸릭은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시간을 벌기로 한 이상 그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졸릭은 또 유로존 위기가 신흥국 등 외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국채 수익률이 오름세를 타고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시장이 수출 수요가 크게 줄 것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신흥국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게 둔화되면 이들 국가 역시 부실채권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졸릭은 불과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신흥시장의 문제가 과열 쪽에 집중됐지만 상황이 바뀌어 이제는 매우 민감한 시점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사태 추이에 따라 신흥시장의 수요와 신뢰가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음을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브릭스의 일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케이프타운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게으름이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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