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전화해보면 대부분 한결같은 반응이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전세물건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이는 전셋값 급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일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지역 보증부 월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1만5603건으로 지난해 전세 전체 거래량(1만2510건)을 넘어섰다.
특히 강남3구(강남·송파·서초)의 경우 보증부월세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강남구는 올 8월까지 보증부 월세 거래량이 1929건으로 지난해(1480건) 보다 30% 증가했다. 서초구는 1188건으로 20% 늘었고, 송파는 1460건으로 10% 증가했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임대차 유형별 비중을 보면 전국에서도 전세 비중은 2003년 60.9%에서 올해 5월 기준 54.2%까지 감소했다. 반면 월세는 39.1%에서 45.8%로 증가했다.
월세 전환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수익률(월세전환율)이 대출금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7%대다. 반면 월세전환율은 10%를 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집주인이라면 위험부담률은 다소 높지만 월세를 받아 이자부담을 덜 수 있다. 대출이자보다 월세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대출을 끼지 않고 100% 자부담으로 집을 산 집주인이라도 최근 저금리 상황에서는 전세금을 투자할 마땅할 투자처가 없어 월세를 선호한다. 전세금을 받아 묵혀두느니 월세로 수익을 남기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세의 월세전환이 너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임대차시장이 전세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월세에 대한 제도는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월세 기준이나 계약방식에 대한 정확한 규약이 없어 임대인이나 임차인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집주인으로서는 위험부담을 감안해 월세를 높이게 되고, 비싼 월세를 현찰로 매달 내야 하는 임차인은 전세를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전세의 월세전환이 늘고 있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전셋값 상승률이 더 높은 편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는 전용면적 85㎡ 전셋값이 2년전 3억9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올랐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5㎡ 아파트는 2년전인 2009년 8월 전셋값이 3억6000만원대였지만 지금은 4억7000만원 선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월세에 대한 구체적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전세의 월세 전환률이 급증하고 있어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등으로 전세유통 병목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