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의 지방선거 참패는 독일 정부의 유럽 재정위기 대응에 대한 독일인들의 반발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 여파로 유럽 재정위기 진화 국면에서 독일의 역할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 공영 방송인 ARD가 이날 오후 6시 투표마감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CDU는 득표율 23.5%로 29.5%를 기록한 사회민주당(SPD)에 밀렸다. CDU는 그나마 21.3%의 표를 얻은 2006년 같은 선거 때보다 선전했다. 베를린이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체면은 유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PD의 득표율은 지난 선거보다 소폭 떨어졌다.
녹색당은 18.0%로 CDU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녹색당의 득표율은 지난 선거보다 5%포인트 가량 늘어난 것이어서 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전 사고 이후 불고 있는 녹색 열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베를린 시의회에서 SPD의 연정 파트너인 좌파당은 11.5%로 과거 13.4%에 비해 뒷걸음질쳤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 CDU의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의 추락과 인터넷의 자유 등을 주창하는 '해적당'의 부상이다.
FDP는 지난 4일 메클렌부르크 주의회 선거에서 의회 입성 최소 득표율인 5%에 미달한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2% 남짓한 표를 얻어 원외 정당으로 밀려났다. FDP의 추락은 2013년 총선을 앞두고 CDU가 연정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반면 해적당은 8.5%의 득표율로 2006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주의회에 입성하게 됐다.